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2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출국했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8개월여 만에 열리는 두 정상의 2차 ‘핵 담판’은 북한 비핵화를 비롯해 한반도의 향후 정세만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까지 결정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34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이번 하노이 행에 함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밤 하노이로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아침에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정은과의 아주 중요한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간다”며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그저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현명한(wise)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과감한 비핵화 조처를 압박하는 언급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주지사들과 가진 조찬 행사에서도 “(김 위원장과) 아주 엄청난 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를 원하고 그는 경제의 속도에 있어서 많은 기록을 세우는 나라를 갖게 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또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솔직히 김 위원장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그런 얘기도) 소리 내어 한다”고 두 정상이 친밀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베트남 외교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26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 30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베트남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오전 11시 주석궁에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정오에는 정부 건물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각각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오후에 첫 만남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두 정상은 하노이 모처에서 만찬을 함께할 계획이다. 두 정상은 이어 이튿날인 28일 공식 정상회담을 가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놓고 2차 담판을 진행한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포함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종전선언(평화선언)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두고 밀고 당기기를 벌일 이번 협상은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가늠할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차 핵 담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국내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 언론이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도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인 북핵 문제를 해결해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권도 하지 못한 ‘외교적 레거시’(업적)를 내세워 2020년 재집권을 향해 탄탄대로를 밟는다.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와 연말·연초 역대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러시아 스캔들’ 연루 측근들의 재판 등으로 힘이 떨어진 국정 운영의 동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차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이행에 대한 회의론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흔들릴 것이다. “북한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워싱턴 정가의 지배적인 분위기를 무릅쓰고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사’를 자임하며 북한 최고지도자와 전례 없는 직접 담판에 나섰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모든 역풍을 감내해야 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