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일당 체를 유지하고 있는 쿠바에서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쿠바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잠정 집계한 결과 투표 참가자 784만 여명 중 681만 여명에 해당하는 86.85%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율은 약 9%(70만 6,000여표)였으며 공란으로 제출하거나 투표용지가 훼손돼 무효표로 분류된 비율은 4.5%(30만표)였다.
알리나 발세이로 구티에레스 선관위원장은 “헌법 개정안이 다수 국민의 인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의 찬성률은 정부가 주관하는 공식 투표의 찬성률이 통상적으로 9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1976년 제정된 현행 헌법은 97.7%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당시에 반대표는 5만4,000표에 그쳤다. 쿠바 정부는 현행 헌법이 냉전 시대에 제정돼 사회 변화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개헌 작업에 착수했다.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권력회는 지난해 7월 개헌 초안을 가결한 뒤 12월에 최종 개헌안을 가결했다.
최종 개헌안은 공산당 일당 정치 체제와 중앙집권화된 사회주의 경제, 보편적인 무상 의료·교육 등 기존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쿠바에서 일어난 점진적인 경제 체질 변화를 성문화했다.
최종안에는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 첫 인정,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과 인터넷의 역할 인정, 중임(총 10년)만 허용하는 국가평의회 의장(대통령)의 임기 제한 및 연령 제한(60세 이하로 첫 임기 시작), 권력 분산과 정부 운영 감독을 위한 총리직 신설 등이 담겼다.
전국인민권력회를 모델로 한 지방인민회 폐지 등 지방 정부 개편, 성 정체성에 기반을 둔 차별금지 원칙 명문화, 무죄 추정 원칙 도입, 결혼은 남녀 간 결합 문구 삭제 등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