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심야 알바 안쓰고 직접 일해"..."최저임금 인상률 높다" 76%

■중기부 '소상공인 실태조사'

소주성 본격화때부터 매출 급감

인건비가 원자재 상승까지 불러

소상공인 간 '양극화'도 심해져

26일 서울 광화문에 자리한 오피스빌딩의 지하 식당이 텅 비어 있다./권욱기자26일 서울 광화문에 자리한 오피스빌딩의 지하 식당이 텅 비어 있다./권욱기자



경기도 부천에서 24시간 카페를 운영하는 이윤주(가명) 씨는 지난 2015년만 해도 총 10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그러나 2016년 들어 주변 상권이 쇠퇴하고 2017년에는 바로 옆에 카페 두 곳이 들어서면서 올해 매출은 3년 전에 비해 60%나 쪼그라들었다. 더구나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에서 8,350원으로 급등하면서 있던 직원마저 줄여야 했다. 현재 이씨는 주간과 석간에는 직원 7명을 고용하는 대신 심야 타임을 자신이 직접 소화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은 각 시간대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 돌리는 상황”이라며 장탄식을 쏟아냈다.

이씨의 사례처럼 대다수 소상공인들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경기가 현실화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환경이 변하면서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시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소상공인 10명 중 7명 이상의 매출·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업체는 전체의 70.9%에 달했다. 매출액이 오른 곳은 전체의 15.5%에 불과했다.

특히 소상공인 사이에 ‘양극화’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소상공인의 연평균 매출액은 2억379만원이었으나 비중이 연 매출 3,600만원 미만(28.5%)과 2억1,600만원 이상(20.9%)에 쏠리면서 전형적인 ‘V자형 분포’를 보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조사가 최저임금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직전인 2017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8년 16.4% 오른 7,530원으로 급증했으며 2019년에는 10.9% 인상되며 8,350원이 됐다. 2017년 7.3%, 2018년 16.4%, 올해 10.9%로 매년 가파르게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의 쓰나미가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소상공인에게 결정타를 입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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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매출이 낮은 곳일수록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떨어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 간 양극화 현상 역시 뚜렷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원이 있는 영세한 자영업자가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인건비 상승에서 기인한 원자재비 상승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여기에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폐업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소상공인 경기는 더 좋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4분의 3 이상의 소상공인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019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매우 높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39.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높다’고 응답한 소상공인도 37%나 됐다. 현 최저임금이 낮다고 말한 소상공인은 1.6%에 불과했으며 ‘매우 낮다’고 한 비율은 0.3%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이제라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알엔서치에 의뢰해 전국 1,204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반영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70.8%로 집계됐다. 조사에 응한 소상공인 중 2017년에 비해 지난해 이익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54.2%나 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중기부가 통계청의 통계 대행을 맡아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9,546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8월 27일부터 9월 14일까지 실시한 것으로, 오는 8~9월 통계청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본조사에 앞서 시행한 예비조사다. 이로 인해 이번 통계에는 2017년 기준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집계했으며 8월에 이뤄질 본조사에서는 지난해 실태가 파악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통계청에서는 5월 부가가치세 신고가 끝난 후 전년도 수익을 기반으로 실태조사를 하는 만큼 올 여름 진행할 조사에서는 2018년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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