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인수합병(M&A) 반대 투쟁 중인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겨냥해 “2,000명씩 몰려와 본사 어린이집에 계란을 던지는 행위는 대화를 원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한 노조와 협상은 없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기자실을 방문해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지금이 골든 타임이자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조도 기업 정상화의 중요한 주체인데 지금은 주인 의식 없이 대안 없는 반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인력 유출 등 회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매각 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노조에서는 위기감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실제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과 공동법인을 만들어 대우조선을 M&A하겠다는 방침이 밝혀진 후 지난 21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반대 시위에 나섰다. 27일에는 전체 노조원이 참석하는 상경집회를 통해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 걸림돌로 해외 경쟁국가 당국의 불승인 등이 거론되지만 승산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양사의 시장점유율이 20% 되는 것이 금지 대상인지 고객(선주)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이 중요한 판단 잣대가 될 것”이라며 “(객관적으로 증명은 어렵지만)그래도 승산이 50%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에 대한 흑색선전과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점도 우려를 표했다. 이 회장은 “조선업 경기가 올해까지는 괜찮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부터는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라며 “‘이대로 가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필패”라고 강조했다.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대우조선 패싱’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매각 협상 과정에서 참여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현업으로 바쁘신 분에게 굳이 일을 추가로 떠안길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사의를 표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과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후임은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의 회장이 정보기술(IT) 전문가 출신”이라며 “이제는 전통 제조업도 IT 마인드를 갖춘 미래 지향적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