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업인의 눈물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며칠 전 국무조정실에서 주관하는 규제혁신 간담회에 참석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 규제 입증 책임의 전환, 중소기업 규제 차등화 제도의 도입, 인터넷전문은행 허용 등 과거 정부와 다른 참신한 노력과 성과들이 좋아 보인다.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도 활발하게 돌아간다. 그런데 여기는 중앙이고 서울이다. 지방은 완전히 딴 세상이다. 지방은 규제혁신의 사각지대다. 지자체에는 아직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과 같은 수요자중심의 추진조직이 없다. 진짜 필요한 옴부즈만도 중앙부처에만 있고 광역 지자체에는 거의 없다.


눈에 보이는 규제도 문제지만 보이지 않는 규제가 더 아프고 더 나쁘다. A기업인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분이다. 30년 이상의 업력을 지녔고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여러 모임의 회장도 맡고 있다. 그런 분조차도 “지방에서 사업하기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납품 주문을 받아놓고 라인을 증설하고 있는데 갑자기 민원인들이 몰려와서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기 시작하더니 지자체의 조사가 나오고 공사를 중단하라, 민원인들과 합의하라는 압력이 들어와서 차마 공개할 수 없는 많은 아픔과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납기를 맞춰야 하고 향후에도 사업을 계속해야 하기에 사정기관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몇십년 전의 옛날 얘기 아니냐고 했더니 5~6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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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기업인의 얘기도 눈물겹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과 투자를 위해 지방에서 부지를 계약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역의 이러저러한 단체들이 몰려와서 반대 데모를 시작했다. 태양광 설비가 환경에 유해하다면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와 버스·지하철은 왜 굴러다니고 왜 타고 다닐까. 그 사업을 허가했던 자치단체는 뒷짐만 지고 있었고 그분은 결국 계약금과 값비싼 기회손실만 기록하고 철수했다.

지자체는 규제의 최종 집행자로서 규제혁신의 체감도를 좌우한다. 따라서 겉으로는 기업을 유치한다고 법석이면서 뒤로는 기업인을 괴롭히는 지자체의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내부고발보다 더 엄격한 보호가 전제돼야 하므로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 조례와 규칙의 정비도 시급하다. 경쟁국들은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의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런 낯부끄러운 얘기들이 들려온다. 미국 조지아의 주지사는 한국의 중소 부품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최정상급 의전을 준비하고 세계 최고의 마스터스 골프대회에 초대하고 지방세를 깎아주는 등 감동적인 서비스를 연출하는데 우리는 기존 손님은 물론 새로 오는 손님도 내쫓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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