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규제에 보험사 발목잡힌 사이...시중銀 퇴직연금 공격영업 싹쓸이

작년 점유율 신한·국민 1·2위

강자 삼성생명은 처음 3위로 밀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새 지급여력(K-ICS·킥스) 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 보험사들이 퇴직연금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에 대한 위험률을 올리다 보니 그만큼의 자본을 확충해야 해 영업에 제한을 받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시중은행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퇴직연금 시장의 강자로 꼽혔던 삼성생명이 처음으로 3위로 밀렸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은 1위 신한은행에 이어 국민은행이 2위에 올랐다. 시장점유율은 신한은행이 11.7%, 국민은행이 10.3%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 2위에 머물던 삼성생명은 지난해 시장점유율 9.8%를 기록해 3위로 밀렸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던 삼성생명이 3위로 밀린 것은 킥스 등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퇴직연금을 많이 유치할수록 자본확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부터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 산정 시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을 새로 반영하도록 했다. 지난해는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이 35%만 반영됐지만 올해는 70%, 내년 6월까지 100% 반영되다 보니 보험사들이 무작정 고객을 유치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이 열린 지 10년이 훌쩍 지나면서 고객들이 맞춤형 상품 제안 및 컨설팅을 해주는 운용관리 역량보다는 수익률 등 자산관리 역량을 보고 결정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며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고금리를 약속하고 퇴직연금을 유치하면 경쟁력이 더 있지만 그만큼 추가 자본금을 쌓아야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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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본현대생명 등 퇴직연금 시장을 기반으로 외형을 확장했던 중소형 보험사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실제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최근 시중 저축은행과 유사한 2.4~2.5%대의 수익률까지 내세울 정도다. 지난해 9월부터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을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감독규정이 개정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자본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은 공격 영업에 나서면서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보통 은행보다 0.3%포인트 이상의 수익률을 약속했지만 최근 들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며 “지점을 기반으로 한 영업 능력 역시 미흡해 은행권의 독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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