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회계관리 시스템 에듀파인 도입 등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올해 개학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집단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장 다음주 개학에 맞춰 아이들을 맡기려 했던 맞벌이 가정 등 학부모들이 ‘보육 공백’에 따른 큰 피해를 겪게 됐다.
한유총은 28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끊임없는 적폐 몰이, 독선적 행정에 대해 우리는 2019학년도 1학기 개학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한다”며 집단행동 방침을 밝혔다. 한유총 측은 유치원 교육과정뿐 아니라 돌봄 서비스까지 일체의 과정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집단휴원’을 피해 사실상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한유총은 개학 연기 투쟁에 참여하는 사립유치원이 전체 회원 유치원 3,318곳 중 2,274곳(68.5%)이라고 추산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입장과 개학 연기 방침을 알리는 통지문을 만들어 각 사립유치원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개학 연기에 대해 “시한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교육부가 요구사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 기간은 교육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했다.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유총이 개학 연기 선언을 하면서 맞벌이 가정 등 학부모들은 아이를 맡길 곳을 급하게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삼일절을 포함해 3일 연휴 직후여서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한유총이 정부와의 협상을 위해 학부모를 볼모로 내세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장은 “학부모들에게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유치원 수업 재개를 위해 5개의 요구조건을 내세웠다. 요구사항은 △사립유치원 시설이용료 인정 △사립유치원 학부모에 대한 무상 유아교육 제공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 △획일적 누리교육과정 폐지 △국회에 계류된 ‘유치원 3법’ 및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등이다. 이 이사장은 “이 중 유아교육법 시행령만이라도 보류를 하고 대화에 나선다면 사립유치원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핵심 쟁점사항이었던 에듀파인 도입은 수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같은 한유총의 집단행동을 즉각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단 의지를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삼아 사적 이익만을 얻고자 하는 초유의 행동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며 “행위 발생 즉시 공정거래위가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학 연기에 참여하는 유치원에는 시정명령과 행정처분,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돌봄 대란’을 막기 위해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을 동원해 긴급돌봄체제를 발동할 방침이다.
/진동영·신다은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