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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조 손실...스튜어드십코드 열올린 국민연금 '초라한 성적표'

연간수익률 10년만에 마이너스

국내 증시서만 16.8% 투자손실

"코스피·선진국 증시 추락 감안땐

타 연기금 대비 선방" 했다지만

약속한 목표초과수익률 달성 실패

0115A13 국민연금 연간 수익률 추이



국민연금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손실액은 5조9,000억원에 달했고 국내 주식시장 투자 손실률은 16.8%나 됐다. 지난해 10월 국내 증시 추락에 이어 연말 미국 등 선진국 증시마저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재벌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무리하게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를 적용하려 했던 것과 달리 기금 운용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18년 12월 말 현재 기금운용 수익률이 -0.9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7.26%였던 기금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엎치락뒤치락 행보를 보여왔다.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졌던 10월 수익률은 -0.57%까지 떨어졌다. 국내외 주식시장에서의 손해가 컸다. 자산별 수익률을 보면 △국내 주식 -16.77% △해외 주식 -6.19% △국내 채권 4.85% △해외 채권 4.21% △대체투자 11.80%였다.

국민연금 측은 ‘상대적’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규모의 해외 주요 연기금 중 국민연금보다 좋은 성적은 거둔 곳은 8.4%(2018년 연간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한 캐나다 공적연금(CPPIB)뿐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일본 공적연금(GPIF)은 수익률이 -7.7%였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도 -3.5%, 네덜란드 공적연금(ABP)도 -2.3%를 각각 기록했다.


문제는 잣대를 달리할 경우 이 같은 상대평가가 전혀 달라진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해마다 ‘목표초과수익률’을 세운 뒤 이에 맞춰 기금을 운용한다. 목표초과수익률이란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수익률(벤치마크 수익률)을 초과해 달성해야 할 목표치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약속한 목표초과수익률은 0.2%포인트. 쉽게 말해 시장의 평균 수익률보다 0.2%포인트 수익률이 높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주식의 경우 시장 대비 수익률이 1.27%포인트나 낮았다. 해외 주식은 0.32%포인트(달러화 기준), 해외 채권도 0.19%포인트(달러화 기준) 더 손해를 봤다. 그나마 국내 채권이 0.08%포인트 높았지만 목표치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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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정작 중요한 기금 운용은 뒷전으로 미룬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수익률이 -1.5%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잠정치를 보고했던 것은 1월 열린 올해 첫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1월3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의 성과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등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 참여를 매개체 삼아 스튜어드십 코드 논란을 진영싸움으로까지 비화시켰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고갈 시한이 짧아지고 있는데다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시계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불확실한 만큼 지금이라도 수익률 제고를 국민연금 운용의 제1순위 목표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을 3.55% 높이면 기금 고갈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률이 나빠지는 것을 컨트롤하기 어려운데 (자산배분만) 해놓고 수익률이 좋기를 바라는 것은 천수답과 다르지 않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따라 동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운용조직과 전술적 자산배분 체계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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