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결렬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개일정을 모두 비우고 북미회담 상황을 지켜봤으나 끝내 기다렸던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6시5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5분간 통화하며 북미협상 결렬 배경 등을 공유했다.
한반도 운명의 키를 쥔 북미 정상이 비핵화 합의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고비마다 ‘중재자’를 자처하며 대화의 불씨를 되살려온 문 대통령의 노력도 빛이 바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남북경협’을 핵심으로 한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밝히기로 했으나 이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청와대 안보라인은 이날 오후까지도 북미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회담 결렬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크게 타결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두 정상은 그런 기대치에 이르지 못해 최종적 합의와 타결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미국과 북한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나가면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도록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 간 합의가 결렬됐으나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날 회담 결렬 가능성을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2시10분 브리핑에서도 “문 대통령이 북미 공동성명 서명식을 집무실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과 함께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문 대통령이 신한반도체제 구상 등을 미리 언급한 것 역시 다소 성급한 행보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북미 정상이 합의에 실패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춘추관 기자들과 참모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실망감이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구상해 3·1절 기념사를 통해 구체화하기로 했던 신한반도체제가 당분간 구체화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고 밝혔다. 또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지렛대 삼아 △남북 철도 연결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미 정상이 회담에서 어떠한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하면서 남북경협 제재유예 등은 상당 기간 추진할 수 없는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향후 북한과의 대화로 타결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며 “외교경로를 통해 협의해나가자”고 답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 결과를 알려달라”며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