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소식이 28일 급작스럽게 전해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극도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충격에 휩싸인 민주당에서는 침통한 기류가 흘렀다. 판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당은 공식적으로는 별 진전 없이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환영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오후4시로 예정돼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여하는 합의문 공동서명식을 당 대표실 회의실에서 함께 TV를 통해 지켜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담이 결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TV 시청 일정을 취소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판이 완전히 깨진 게 아니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결렬이 아니지 않나.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왔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완전히 판이 깨진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탄핵 이슈가 불거진 미국 정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만큼 의회 외교가 더 중요해졌다. 미국 정치인들에게 여야가 초당적으로 수시로 찾아가 한반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당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는 이날 예정대로 회의를 진행했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세기의 담판이라더니…” “어설프게 이상한 합의를 하느니 그냥 합의를 하지 않는 게 낫다” 등의 얘기가 나왔다. 한국당의 한 위원은 TV를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다”고 말하며 큰 소리로 웃어 눈길을 끌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북한이 우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우리가 구경만 한다는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는 회담 결렬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정부는 그동안 장밋빛 환상만을 얘기해왔다. 이번 회담 결렬은 실제 북핵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우리의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기대가 상당히 불안으로 바뀐 상황이다. 하루속히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부의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예상했던 대로 하노이 북핵 회담도 세계를 속인 쇼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미 핵 개발을 완성한 북한을 어린애 다루듯이 미국의 힘만 믿고 ‘찍어누르기’ 하는 식의 회담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았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핵 균형 정책으로 북핵에 대항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훈·송종호·양지윤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