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1운동 100주년]피부색 달라도 한목소리…"한국은 모이는 힘, 강한 나라죠"

☞1919년 그 날의 함성 색다르게 기억합니다

■외국인이 본 3·1운동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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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한글과 같아요. 자음과 모음이 하나씩 모여 단어의 의미를 이루듯 한 명 한 명의 국민이 모여 큰 힘을 만들어내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외국인들은 3·1운동과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한글에 비유했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우즈베키스탄·멕시코·불가리아·칠레 등지에서 온 이들은 한목소리로 100년 넘게 독립운동을 기억하는 점, 식민 지배상황에서도 언어를 꿋꿋이 지켜온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불가리아 출신 유학생 마가리타 키추코바씨,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국인 객원 전시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율데사와 사흘로씨, 한국을 알리는 글로벌 아티스트 그룹 ‘한글’의 멤버 크리스티안 부르고스(멕시코)씨, 테리스 브라운씨, 카메론 리(이상 미국)씨, 후지모토 사오리씨, 시마다 사토미(이상 일본)씨, 페냐 부르고스(칠레)씨를 만나 외국인의 눈에 비친 3·1운동 100주년과 한국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한국처럼 식민 지배와 독립 등의 과정을 거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은 자국의 역사와 한국을 비교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리씨는 “미국도 영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약 250년이 지난 탓에 독립에 대한 기억이 많이 사라졌다”며 “한국 사람들은 지금까지 독립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대단하다”고 말했다.

부르고스씨는 식민 지배 동안 한글을 유지한 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300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멕시코는 마야어와 아즈텍어 등 언어를 다 잃어버렸다”며 “긴 시간 동안 지배를 당하다 보니 언어를 잃어버린 멕시코와 달리 한국이 한글을 지킨 점이 인상적이다”라고 언급했다.

불가리아에서 온 키추코바씨는 독립 과정에서 활약을 펼친 여성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3·1운동에서 유관순 열사를 보면서 불가리아의 여성 독립투사 라이나 기냐기냐가 떠올랐다”며 “교사 출신인 기냐기냐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남편을 잃었는데 유관순도 학생으로서 독립운동을 하다 부모님을 잃었다는 사실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키추코바씨가 3·1운동 100주년 기념 서포터즈에 참여하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유사성 때문이다.

비폭력으로 이뤄진 3·1운동에 감명


식민 지배하에서 ‘한글 유지’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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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독립정신 잇는 국민도 대단



외국인들은 특히 한국인들이 비폭력적으로 독립투쟁을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사흘로씨는 “주권을 빼앗고 (식민 지배를) 반대하면 감옥에 가두고 억압했던 역사를 보면 제 마음도 아프다”며 “임시정부를 해외에 세우고 독립운동을 지속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자기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렇게 독립운동을 했다는 게 존경스럽다”고 강조했다. 키추코바씨 역시 “3·1운동이 특별한 것은 한국 사람들이 비폭력 투쟁을 했다는 점”이라며 “(물리적으로) 싸우기 위해 길에 나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3·1운동이 다른 나라에까지 비폭력 독립운동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피해자 중심의 태도는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브라운씨는 “한국이 상처를 크게 받았던 역사에만 집중한다는 느낌이 있다”며 “한국도 베트남에 아픔을 준 역사가 있는데도 한국만 당했다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 한국에 온 키추코바씨는 특히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불가리아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그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제1기 서포터즈로도 활동 중이다. 사흘로씨는 2010년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한국이 좋아 아예 국내 대학으로 다시 입학한 경우다. 그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한국인도 알기 어려운 한국의 역사를 외국인에게 설명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부르고스씨를 비롯한 여섯 명은 음악을 통해 한국을 알리기 위해 그룹 ‘한글(한국 문화를 알리는 글로벌아티스트)’을 결성했다. 이 중 사토미씨는 현재 서울대학교 국악과에서 전통 악기인 해금전공을 하며 연주하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각자의 위치에서 삼일절을 축하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글’ 멤버들은 “한글 가사로 된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며 “삼일절에도 공연 연습을 하며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영·전희윤·신한나기자 jikim@sedaily.com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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