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코너 몰린 트럼프, 색깔론으로 반전 노린다

북미협상 결렬·코언 폭탄 증언

각종 악재에 재선 행보 먹구름

귀국하자마자 보수진영 행사 참석

"美, 사회주의 국가 될 수 없다"

민주당 '그린 뉴딜' 정책 등 맹공

보수층 결집 지지기반 강화 나서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에 앞서 성조기를 껴안고 있다. /옥슨힐=로이터연합뉴스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에 앞서 성조기를 껴안고 있다. /옥슨힐=로이터연합뉴스



북미협상 결렬,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폭탄 증언’, 의회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저지, 오토 웜비어 논란 등 각종 악재에 둘러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재선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민주당을 향한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귀국하자마자 민주당 정책들을 ‘사회주의’로 지목하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안팎으로 입지가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사회주의 열풍을 잠재우고 보수층을 집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주 옥슨힐 게일로드 내셔널리조트에서 열린 미 보수진영의 연례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나는 ‘사회주의 악몽’이 아닌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다”며 “오는 2020년 대선에서 지난 2016년보다 더 큰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사회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결코 사회주의국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보수 행사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5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반(反)사회주의’를 재선 슬로건으로 천명한 데 이어 2020년 재선을 위해 민주당을 겨냥한 본격적인 ‘색깔’ 공격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 정책 실패로 부작용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언급하며 “미국이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결의를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국정연설이 2020재선 캠페인의 시동을 건 것이라면 이번 CPAC 발언은 ‘반(反)사회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0년 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는 내용 등이 담긴 민주당의 ‘그린뉴딜’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린뉴딜 정책은 정치계의 샛별로 등장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주도한 사회주의적 성격의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미국 본연의 가치’라고 주장하는 미국식 자본주의·보수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는 정책으로 분류된다.

관련기사



그는 “그린뉴딜 정책이 미국의 천연가스·석탄·원자력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의 진보 의료정책에 대해서도 “엄청난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사회주의를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해 트럼프에게 힘을 보탰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는 사회주의가 이끌고 있는 곳을 안다. 사회주의를 원하나? 베네수엘라를 보라”며 사회주의 정책에 지지를 보내는 잠재적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다른 민주당 소속 후보들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폈다. 펜스 부통령은 또 5월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리버티대 졸업식에서의 연설을 예고하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미국 내 최대 기독교계 사립대학인 리버티대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의 산실’로 유명하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집중적인 사회주의 공격을 보수층을 집결해 지지기반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흔들리는 재선 가도를 다잡으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소셜미디어와 전국 대학에서 검열과 탄압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대학가 보수층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언론자유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막기 위한 결의안 통과 당시 하원에서 13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이탈하는 등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민주당의 위협이 커지자 공화당 내 보수주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다시 트럼프 주변으로 보수층이 결집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존 코닌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은 최근 “잃을 게 많은 우리가 스스로 돌아서 민주당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수층 집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현섭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