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아시아의 평화를 여는 새로운 한일미래 100년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중국을 향한 불신, 한국까지 번져

공동목표 위해 일본 유도하려면

'투트랙' 전략 진정성부터 보여야

3·1절 100주년을 맞은 2019년의 한일 관계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가 있었다. 위안부 합의 처리나 강제징용 관련 판결, 그리고 초계기 소동으로 이미 높은 수위의 갈등적·대립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일 관계가 100주년을 맞은 3·1절과 4월11일 임시정부 수립일을 기념하는 일들로 더욱 악화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였는데 지난 3월1일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는 이런 우려를 조금은 불식시킬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평가한다.

‘친일’을 비판하고 부당한 ‘색깔론’을 지적한 것이 국내적 정체성과 관련해 다소 논란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일본의 반성 및 사과를 촉구했던 2018년의 경축사와는 다르게 미래지향적 관점에서의 협력을 간략히 언급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의 외무성이나 자민당 내에서는 3·1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사상자 등의 숫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궁극적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제시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경축사가 제시한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현 정부가 대일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했던 ‘투트랙’ 전략이 다시금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투트랙’ 전략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역사인식 문제와 그 외의 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즉 역사인식 문제가 경제나 안보 등의 과제와 연동돼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적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여의 한국 대일 정책 및 한일 관계는 위안부 합의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에 의해 좌우돼 갈등을 빚고 방치됐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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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기 소동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사실관계와는 별도로 예전과 같은 소통 상황하에서는 해결해나갈 수 있었던 안보 영역에서의 일이 역사인식 문제로 인한 감정적 앙금으로 대립적 상황까지 증폭됐던 사건이었다. 안보 영역에서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특히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한일 관계가 위기 상황에 있음을 절감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투트랙’ 전략으로의 회귀 및 견지는 이러한 불필요한 갈등을 회피하겠다는 것이기에 매우 필요하고 환영할 일이며 현재의 갈등적 양상을 야기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신뢰 부족 및 불신을 되돌리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경축사에 자주 등장하는 ‘신한반도체제’나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용어가 기본적으로 상생과 통합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남북 관계와 남남갈등을 염두에 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기초로 형성될 ‘한반도 평화’가 ‘아시아 평화’와 ‘세계 평화와 질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동북아 평화를 이룩하는 데 일본과도 함께하겠다는 제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 평화’라는 공동목표로 일본을 유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이 아시아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냉전 붕괴 이후 전개되는 동아시아 질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과 같은 다자협력체 형성에 적극적으로 임해왔지만 중국의 공세적 부상 이후에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보듯이 아시아 지역의 전체적인 협력보다는 중국을 견제하는 구도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러한 불신의 눈초리를 한국에도 돌리기에 현재와 같은 갈등적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전개되는 중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서 보듯이 일본의 대외정책은 현실주의와 실리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평화로운 아시아에 이득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투트랙’ 전략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한 첫걸음이다. 한국이 제시하는 평화로운 한반도와 아시아의 새로운 100년이 이를 통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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