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유총, 아이들 볼모로 개학 연기 '보육대란' 비상] 학부모들 "당장 아이 맡길 곳 막막...원비 환불 투쟁하자"

한유총 1,533곳 vs 교육청 381곳

참여 숫자 불분명해 혼란 극심

"교육 공안정국 정부탓" 폐원 협박도

정부 "집단행동은 불법...엄단할것"

광주지회 철회…他지역 확산 가능성

이덕선(왼쪽 두번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이 3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기자이덕선(왼쪽 두번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이 3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 1,533곳이 4일부터 ‘무기한 개학 연기’에 나선다고 학부모들에게 일방 통보하면서 우려했던 유치원 대란이 현실화하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요구 불응 시 ‘집단 폐원’까지 진행하겠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학부모들은 당장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몰라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원비 환불운동을 하자”고 나서는 등 집단행동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한유총은 3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교육 공안정국’을 구성하고 있다”며 “정부가 불법적으로 계속 탄압하면 ‘폐원 투쟁’으로 나아가겠다”고 경고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오는 6일까지 폐원 관련 회원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의무 수업일 180일은 지킬 것이기 때문에 이번 ‘개학 연기’ 행동이 준법 투쟁이라고도 주장했다. 한유총은 이날도 시설이용료 인정 등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사유재산’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누리과정비를 유치원이 아닌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협박 등 혐의로 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유총은 이날 개학 연기에 참여할 유치원이 전국적으로 1,533곳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교육부는 자체 파악 결과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사립유치원이 381곳이라고 집계해 규모를 놓고 진실게임 양상까지 펼쳐졌다. 한유총은 지역별로는 경기·인천 492곳, 경북·부산·대구 339곳, 경남·울산 189곳, 충청·대전 178곳, 서울·강원 170곳, 전라·광주 165곳 등이 개학 연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유총 광주지회는 이날 밤늦게 개학 연기 방침을 철회하겠다고 밝혀 다른 지역으로 철회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한유총의 집단행동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협박에 굴복한 협상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일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 긴급회의를 열고 “법령을 무시하고 개학 연기를 강행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등 수도권 3개 지역 교육감들은 3일 오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주도한 유치원뿐 아니라 소극적으로 참여한 유치원도 강력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유총이 투쟁을 지속하면 한유총 설립인가 취소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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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4일 연휴 기간에 급하게 개학 연기 문자 통보를 받은 학부모들은 당장 아이를 어디다 맡겨야 할지 고민하면서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문자조차 받지 못한 학부모들은 급하게 각 교육청에 공지된 개학 연기 유치원 현황을 찾아봤지만 이마저도 한유총 주장과 수치가 크게 다른 탓에 불안감을 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한유총 지회에서 강하게 압박을 하다 보니 유치원 원장들이 압박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개학 연기에 참여하는 유치원 숫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원아를 볼모로 삼은 한유총의 일방적인 투쟁에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의 한 학부모는 “주말 통보를 받아 손을 쓸 새도 없었다. 아이가 다니지도 않을 공립유치원에 긴급돌봄을 보내기 꺼림칙해 연차를 냈다”며 “기간이 길어지면 친정에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에서는 용인·수지 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를 꾸려 집회를 열고 한유총을 강하게 성토했다. 분당 지역의 한 학부모는 “교육부와의 다툼에 왜 학부모들의 새우등이 터져야 하느냐”며 “원비 환불 투쟁 등 학부모들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여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위원 성명을 통해 “교육 종사자로서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른바 ‘유치원 3법’에 대한 패스트트랙 처리를 “강압적 방식”이라고 지적하면서 “유치원, 학부모, 유아교육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야정·이해당사자·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진동영·이경운·하정연기자 jin@sedaily.com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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