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한미군사훈련

1968년 1·21사태, 북한의 미국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북 무장공비의 울진·삼척 침투사건 등 한국의 안보 환경을 훼손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에 한국 방위 공약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일부를 월남전에 투입하고 싶어 했다. 그러려면 주한미군을 빼내도 한국 방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야 했다. 1969년 3월 경기 여주에서 최초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가 시작된 배경이다. 첫 훈련에서 미군은 본토에 있는 최정예 82공정사단의 2,500여 무장병력을 새로 개발한 초대형 수송기에 태워 30여시간 만에 공수훈련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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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71년 아시아에서의 방위 부담을 줄이는 이른바 닉슨독트린을 한국에도 적용해 주한미군 7사단 병력 2만명을 빼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불만을 달래고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기 위해 포커스 레티나를 좀 더 강력한 연합훈련인 ‘프리덤 볼트(Freedom Bolt)’로 대체했다.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은 1976년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지만 결국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대신 미군이 철수해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변함없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팀 스피릿(Team Spirit)’으로 연합훈련이 확대 개편됐다. 팀 스피릿 훈련은 한미 양국 군인이 20만명 이상 참여할 정도의 큰 규모로 치러졌지만 1994년 북미 간 핵 대화가 진행되면서 ‘전시증원훈련(RSOI)’으로 일시 축소됐고 2008년에는 전시작전권 환수를 계기로 지휘소 연습인 ‘키 리졸브(Key Resolve)’로 다시 바뀌었다.


한미 양국이 키 리졸브와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을 올해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표현대로라면 ‘북침 연습’을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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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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