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양양, 청주, 인천 기반 신규 LCC 인가...출혈 경쟁에 도산 우려도

한계 몰린 저가항공사 속출에도

시장 논리보다 경쟁유도에 초점

LCC '제살깎아먹기' 영업 심화

정비인력 부족 안전문제 우려도




정부가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 등 3개 국제항공운송사업자를 새로운 저비용항공사(LCC)로 허가했다. 신규 사업자들은 2년 안에 취항해 기존 LCC 6개사와 무한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신규 항공운송면허 심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면허 발급이 확정된 항공사는 강원도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한 플라이강원과 청주국제공항 기반의 에어로케이, 중장거리 특화 항공 서비스를 내세운 인천 기반의 에어프레미아다. 신규 LCC 허가는 지난 2015년 12월의 에어서울 이후 4년 만이다.

현재 소형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에어필립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데다 최대주주가 자본금 가장납입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반려됐다. 화물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한 가디언즈는 사업계획에 운수권이 없거나 화물운송 수요 등 구체성이 떨어져 면허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번 국토부의 결정으로 이용객들은 가격과 서비스 경쟁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은 “출혈경쟁이 심화돼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번 신규 LCC 선정은 시장논리보다 경쟁 유도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토부는 사실상 결격사유가 없다며 요건을 충족한 모든 항공사에 신규 면허를 허가했다. 문제는 지금도 한계에 몰리는 저가항공사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신규 LCC는 물론 기존 LCC들이 버텨낼 수 있을지다. 지난해만도 진에어가 234억원의 적자를 냈고 에어서울 또한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웨이항공 역시 지난해 4·4분기 경쟁심화로 적자를 보였다. 제주항공(089590)도 출범 5년간 적자를 볼 정도로 시장은 치열하다.

현재 국내 LCC시장은 경쟁을 이겨내 흑자를 내는 구조가 아니라 여객수요 확대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도 가파르게 증가한 해외여행객을 디딤돌로 삼아 흑자로 돌아섰을 뿐 경쟁에서 우위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2015년 16.7%, 2016년 13.7%, 2017년 15.5%로 급격하게 높아지던 해외여행객 증가율은 지난해 7.6%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4%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증가가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LCC들은 항공기를 더 많이 도입하고 있다. 내국인 출국자 수가 1,608만명이었던 2014년 저비용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는 65대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기존 6개 회사만 합쳐도 172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65대로 1만2,000석 규모의 좌석을 공급했던 항공사들은 올해 약 3배 커진 3만4,000개까지 확대된다. 수요 증가세보다 항공기 공급이 더 많은 셈이다. 여기에 플라이강원(9대), 에어프레미아(7대), 에어로케이(6대) 등 22대의 항공기가 추가된다.

수요를 앞지르는 공급으로 LCC들은 비행기 ‘특가’ 할인을 남발하며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다. 비행기를 세워두면 적자폭이 더 커지는 구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항공기를 띄우기로 하고 폭탄 할인을 통해 여객을 유치한다. 적자에 허덕이며 일본행 티켓을 3만원에 내놓거나 제주도 평일 비행기 편을 1만원에 판매하도 한다. 비행기 표가 싸지면서 LCC들의 이익 개선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LCC 간 경쟁심화가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LCC들도 정비인력이 부족해 국회와 정부로부터 매년 지적을 받고 있다.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항공기 1대당 정비인력은 제주항공 11.9명, 에어부산 8.9명, 에어서울 3.7명이다. 모두 국토부 권고인원(12명)에 못 미친다. 항공전문 인력을 뽑기도 쉽지 않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내놓은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에 따르면 기장은 매년 300명, 부기장은 400명이 필요하지만 양성되는 조종사는 군 경력을 포함해 매년 100여명 수준이다. 3개 항공사가 새로 진입할 경우 조종사만도 50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경쟁이 심화하면 이익이 줄고 항공전문인력의 처우도 제한돼 더 좋은 인력을 뽑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며 결국 안전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커진다. 실제 미국은 1978년 신규 항공사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 뒤 항공사가 급증했다. 경쟁심화로 280개 항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스턴·팬암·미드웨이항공 등 23개 항공사는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1994년 아메리칸이글·US에어웨이, 1996년 밸루젯 등의 비행기 추락사건이 1979년에서 1999년까지 30건이나 발생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경쟁도 문제지만 안전 관련 인력수급은 더 큰 문제”라며 “지금도 진에어(대한항공(003490))와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020560))을 제외한 LCC들은 중정비를 못해 해외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경우기자 세종=강광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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