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볼턴, 美 강경외교 견인하는 '그림자 대통령' 될까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볼턴은 ‘숨은 권력집단(deep state)의 그림자 대통령’이다.”(디 애틀랜틱)

미 워싱턴 정가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영향력이 올해 들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국내 정치입지가 좁아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외교적 자세를 주문하는 보수층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볼턴으로 대표되는 ‘강경 매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의 입김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과정과 미국의 ‘중거리 핵전력조약(INF)’ 파기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외교적 결정에 반영되고 있다. 앞으로 2020 미 대선까지 미국 외교정책 방향이 그와 궤를 같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백악관 내 일부 남아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온건파들도 강경 노선으로 돌아서는 등 트럼프 행정부 전반에 볼턴발(發) 슈퍼 매파 분위기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볼턴이 트럼프의 NSC에 두드러진 도장을 찍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볼턴 보좌관이 핵심 참모들의 사임 이후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볼턴은 부처 내 의견을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달하는 기존 NSC 보좌관의 역할을 대통령이 청취해야 할 의견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쪽으로 재정의했다”며 백악관에서 그가 사실상 견제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볼턴의 입지는 백악관 내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지난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부쩍 강화됐다. 볼턴은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그와 갈등 구도를 보였던 이들에 가려 한때 외교 일선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볼턴 ‘해임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볼턴을 견제했던 매티스 전 장관과 켈리 비서실장이 지난해 말 잇따라 물러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정부와 각을 세워 온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을 계기로 볼턴은 본격적으로 강력한 개입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과도정부의 합법적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는 미국의 전략을 사실상 볼턴이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하는 브리핑 장에서 “5,000 병력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메모장을 보이며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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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파기와 베네수엘라, 쿠바 등과의 외교 사안, 유엔과의 협력을 끊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볼턴 보좌관의 오랜 신념이 상당 부분 관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 충돌을 보였던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볼턴 보좌관의 조언이 받아들여 지면서 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5일(현지시간) 한 매체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는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백악관 내 볼턴과 뜻을 같이하는 신보수주의자인 ‘네오콘’ 인사가 속속 배치되고 강경한 외교정책을 주장하는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맞물리면서 행정부 내 온건파들도 볼턴 쪽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오콘의 대표 인사로 꼽히는 엘리엇 에이브럼스 전 국무부 차관보가 베네수엘라 특사에 기용됐으며, 대북 온건파로 분류됐던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강경파로 전환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분석했다. 미 정계에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에 3자 금융제재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법안이 미 상원에서 재상정 되는 등 강경 외교 노선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볼턴을 중심으로 한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막바지에 접어든 미중 무역협상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북미회담 결렬을 언급하며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협상을 그만 두고 거리를 둘 수도 있다”고 말하며 달라진 분위기를 암시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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