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이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하며 200조원을 돌파했다. 주력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라 진입 문턱이 낮은 숙박업과 요식업의 창업이 늘어났고 경기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버티기’ 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중 예금 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도소매·숙박음식점 대출 잔액은 20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0.7%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로 보면 역대 최고다. 한은 관계자는 “도소매·숙박음식점 대출은 작년 2분기부터 급격히 늘어났다”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은 비슷한 수준인데 법인이 늘어나면서 대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법인 증가는 소위 ‘불황형 창업’으로 불린다. 제조업 경기가 나빠지면 초기 자본금 투입이 크지 않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으로 뛰어드는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업황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생계를 위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도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 유지를 위해 빚을 지게 되는 측면도 있다”며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이같은 자영업자에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침체기를 겪은 제조업 대출은 344조 8,000억원으로 2조 2,000억원 감소했다. 제조업 대출이 감소한 것은 2016년 4·4분기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대출금이 줄어드는 등의 영향이 있었다”며 “전반적으로는 연말 기업의 재무비율 관리,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등이 예금은행의 대출 증가율을 줄이는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 대출은 231조9,000억원으로 2017년말 201조2,000억원보다 15.2%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다만 연간으로는 꾸준히 증가해온 부동산업 대출도 지난해 4·4분기에 둔화됐다. 지난해 4·분기 부동산업의 대출금 증가 규모는 7조원으로 전분기 8조9,000억원보다 줄었다. 이는 6분기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임대사업자 규제가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자 부동산업 대출금 증가폭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