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최악의 국회...소위도 못올라 '폐기 운명' 법안만 1만건

대치로 국회공백 속 보여주기 입법

법안 발의 1만7,500건으로 최대

하반기부턴 사실상 '총선모드' 전환

시간 부족해 절반이 자동폐기 될듯

법안 반영률도 27.1%로 역대 최저

국민 외면에 청원수도 갈수록 줄어




20대 국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1만7,501건의 법안 중 1만건 가까이가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에조차 오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상임위 법안소위를 거쳐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67일간의 장기폐업을 끝으로 가까스로 여야가 7일 본회의를 개의하지만 실질적인 정상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3월 임시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의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이후 사실상 국회가 ‘총선 모드’로 전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의 법안의 절반 이상이 입법상 가장 기초적인 법안소위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야당의 잦은 국회 ‘보이콧’과 함께 각종 현안마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부른 ‘식물국회’의 참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경제신문이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20대 국회의 정부 입법을 제외한 위원장과 의원 입법 법안을 분석한 결과 1만7,501건이 발의됐다. 20대 국회의 회기가 1년여 남았다는 점에서 법안 발의 건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 2년9개월 동안 월평균 530건, 의원당 평균 월 2.5건가량의 법안이 제출된 셈이다. 발의 건수로만 보면 역대 최대지만 1만7,501건 가운데 상임위 법안소위에 오르지 못한 법안이 1만건에 달한다. 발의 법안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하고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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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도 낙제점이다. 법안소위에도 오르지 않는 법안이 태반이다 보니 법안 반영률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13대 국회에서 61.7%에 달했던 법안 반영률은 내리막을 걸어 19대에 39.6%까지 낮아졌고 20대 현재 27.1%로 추락했다.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국회를 열어도 법안소위에도 오르지 못한 법안을 논의해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법안 발의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67일 동안의 국회 장기폐업 중에도 의원 발의는 1,240건이 증가했다. 보여주기식 입법이 성행한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처럼 국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 기능이 저하되자 의원 소개로 국회에 제출되는 국민 청원 수 역시 급감하고 있다. 국민들이 국회에 요구하는 청원은 13대 503건에서 매년 증가해 16대에 765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급감해 20대 들어 올해 3월 현재 168건에 그쳐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개점휴업 상태가 빈번하다 보니 국민과 가장 가깝게 입법과 청원이 이뤄져야 할 국회의 기능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며 “국회보다 청와대 국민 청원을 찾는 국민이 더 많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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