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데스밸리(Death Valley)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1849년. 역마차를 끌고 서부로 향하던 개척자들은 캘리포니아 시에라산맥이 앞을 가로막자 이를 피해 평지가 많은 계곡으로 우회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뜨겁고 건조한 땅에 소금 웅덩이가 전부인 사막 속 행군에 지쳐 한 명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행군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개척자들은 마차를 부숴 땔감으로 쓰고 말을 육포로 만들어 먹으며 사투를 벌였다. 지옥 같은 행군을 마치고 겨우 살아남은 일부가 계곡을 빠져나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굿바이, 데스밸리(Goodbye, Death Valley).”


가장 뜨겁고 가장 건조하고 가장 낮은 땅, 데스밸리라는 이름은 이렇게 생겨났다. 데스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모하비사막에 위치한 지역이다.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웃도는 날이 연간 140~160일에 이른다. 최고 기록은 1913년 여름 기록한 섭씨 56.7도.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측정된 가장 높은 온도로 남아 있다. 데스밸리의 연 강수량은 50㎜ 미만이다. 뜨겁고 건조한데다 동식물도 희귀해 척박한 땅의 대명사로 불린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하다. 미국에서 고도가 가장 낮은 지역도 있는데 해수면보다 무려 84m가량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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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밸리는 미국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이웃한 요세미티국립공원보다 무려 5배나 크다. 척박한 땅만큼이나 여러 곳의 전망대와 해수면보다 낮은 소금사막이 인기다. 해발 5,475피트 높이의 단테스뷰(Dante’s View)에서 소금사막이 있는 배드워터(Bad Water)를 내려다보면 눈앞에 펼쳐진 풍광이 황홀하기까지 하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제다이의 귀환(1983년)’과 ‘스타워즈의 탄생(1977년)’도 데스밸리에서 촬영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2 벤처 붐 확산전략’을 발표하면서 “벤처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잘 지나가게 하겠다”고 했다. 데스밸리는 벤처기업들이 자금 부족으로 사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창업 후 3~8년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된다. 더 많은 벤처기업이 데스밸리를 무사히 통과해 산업의 주춧돌이 되고 나아가 유니콘으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한다. /김정곤 논설위원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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