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감 몰아주기 거래 관행 개선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5조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스템통합(SI)과 물류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현황을 분석하고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식료품과 급식 같은 국민 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감시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와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 등을 활용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연성(延性) 법률을 통해 기업들의 거래 관행을 간접 규제하면서 올바르게 유도하는 게 선진 경제의 특징”이라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와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대표적인 연성 법률로, 이러한 제도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중요한 유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부당 지원 등의 행위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해치는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 제재 내용을 통보할 예정이다. 오는 4~5월에는 김 위원장이 주재하는 재계 간담회도 열 계획이다. 공정위는 대기업과 협력사 간 하도급 거래에 있어서도 협력사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하도급대금 어음지급을 금지하고 현금 지금을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1차 협력사와의 하도급 대금 결제 조건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차 이하 협력사가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 결제조건을 인지하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상권 급변에 따른 경영 악화로 가맹점을 폐점할 경우 본부가 점주에 위약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가맹사업법 시행령도 개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편의점업계가 자율규약 등을 통해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전체 가맹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대리점 본사의 갑질을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고 이를 보복할 경우 3배의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신용카드 모집인이나 대리운전 기사 등도 특수고용직(특고)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현행 공정위 특고 지침에는 다른 부처와 법률이 겹칠 경우 이를 넘기는 조항이 있어 그간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공정위의 보호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국회 통과와 관련해서는 “개정안 전부에 대해 합의를 이뤄 한꺼번에 통과시키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여야 공감대가 이뤄지는 부분부터 빨리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