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 반대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미세먼지·지방소멸·저출산 '三災' 심화

수도권 공장 난립과 과도한 제조업 집중을 막기 위한 공장총량제를 놓고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 SK하이닉스가 요청한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부지를 반도체 클러스터 대상지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도전했던 경북·충남지역 등은 정부의 결정이 공장총량제를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500㎡(약 150평) 이상인 공장에 대해 신증설·용도변경을 3년 단위로 정해 일정 면적 이내에서만 허가해주는 공장총량제 규제를 받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120조원의 투자가 예상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에 기대를 걸었던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달 열리는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산업단지 배정 최종승인을 앞두고 ‘공장총량제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공장총량제 완화 찬성 측은 공장 부지가 경제논리에 따라 기업이 선호하는 곳에 마련돼야 하며 수도권 역차별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공장총량제 완화가 비수도권 경제 침체와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지역경제가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미세먼지가 새로운 국가 재난으로 떠오르고 있다. 겨울철 따뜻한 날에 미세먼지가 더욱 심하니 이제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三寒四微)’의 겨울이 돼버렸다.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수도권이 격심하다. 미세먼지의 60% 정도는 중국발이고 40% 정도가 국내발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자동차·공장에서 국내발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수도권 집중이 초래한 예상된 재난이다.

수도권 과밀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은 수도권 규제의 명분 중 하나였다. 그리고 수도권 규제의 핵심정책이 수도권 공장총량제다. 따라서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완화하면 미세먼지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그동안 중국 베이징에 비해 대한민국 서울이 살기 좋은 도시로서 경쟁력 우위에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맑은 공기였다. 수도권 공장총량제가 완화되면 장차 상황이 역전될지 모른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완화하면 미세먼지가 더욱 많이 발생해 수도권 주민, 나아가 전 국민의 건강을 더욱 해칠 것이다. 건강은 그 자체가 생명의 문제로 소중하며 국민건강은 국력의 원천이다. 아울러 건강은 인적자본이고 생산성의 원천이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가 미세먼지를 악화시키면 국민건강이 악화해 국력이 쇠퇴하게 될 것이다.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는 중국의 흥망성쇠가 달린 문제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심각한 저해요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중국 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 대책 중 하나가 베이징 및 수도권 공장의 비수도권 이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는 수도권 미세먼지 대책에 부심하면서 미세먼지 발생을 증대시킬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인 용인에 유치하기로 한 결정은 수도권에 공장 증설을 허용함으로써 수도권 과밀을 더욱 악화시켜 국민건강과 국가경쟁력, 나아가 국력을 쇠퇴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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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라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는 지방 소멸을 초래하고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을 고착화해 나라를 기울게 만들 것이다. 일본 총무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는 저서 ‘지방소멸(2014)’에서 ‘동경일극’ 집중이 지방 소멸과 저출산을 초래해 일본을 장기적으로 쇠퇴시킬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도쿄 및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특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20~39세 여성의 유출로 시정촌(市町村) 인구가 감소해 지방이 소멸하는 한편 도쿄·수도권으로 집중된 청년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다 집값 상승으로 집 장만이 어려워 결국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해 도쿄 출산율이 하락했다는 것이 마스다의 진단이었다.

한국의 지방 소멸은 일본보다 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고 출산율은 일본보다도 낮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84개가 앞으로 30년 이내에 소멸할 위험에 처해 있다. 지난 10여년간 지방 소멸이 급속히 진행돼왔고 이대로 가면 비수도권 전체로 지방 소멸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장기인구추계(2015~2065년)에 따르면 합계출산율 1.12를 가정할 때 총인구는 오는 2038년 5,168만명으로 정점에 달했다 이후 급감해 2065년 3,666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출산율이 0.98로 저출산이 당초 예상보다 더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총인구는 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저, 세계 유일의 1.0 미만 출산율이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키고 국력을 쇠퇴시킬 인구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을 초래한다’는 것이 마스다의 주장이었다. 이를 ‘마스다 히로야 명제’로 부를 수 있다. 수도권 집중이 일본보다 더욱 심각하고 지방 소멸이 더 광범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 ‘마스다 히로야 명제’는 더욱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명제에 의하면 수도권 집중을 강화할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회복 불가능하게 해 마침내 국력을 쇠퇴시킬 것이다.

이처럼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재난을 악화시키고 저출산 인구 재앙을 격화시켜 결국 나라를 기울게 만드는 정책, 즉 경국지책(傾國之策)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선 국가균형발전, 후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규제는 지역경제가 충분한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유지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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