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의 중국 진출 1호인 베이징현대차가 17년 만에 일부 문을 닫는 것은 중국 시장에서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보복의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린데다 현지 업체의 거센 추격까지 겹쳐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환경 문제를 핑계 삼아 수시로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등 압박을 일삼았다고 한다. 한때 ‘현대 속도’라며 현지에서 대접을 받았지만 일감은 갈수록 줄어드는 데 반해 인건비는 늘어나다 보니 극약처방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베이징현대차의 위기는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자동차 산업, 나아가 제조업 경쟁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생산성이 한국보다 훨씬 앞섰다는 중국 공장마저 이럴진대 인건비 부담과 규제 장벽에 갇힌 국내 공장은 오죽하겠는가. 이런 와중에 현대차는 지난해 말 내놓은 신차가 인기를 끌면서 주문이 몰리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증산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빚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기본급 인상을 놓고 8개월째 노사 갈등을 겪는 바람에 본사 차원의 물량배정에서 제외될 처지다. 자동차 산업의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협력사들의 절규는 외면한 채 신차 생산이나 물량 조정조차 일일이 노조의 동의를 받으라고 강요한다면 글로벌 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흥망성쇠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럴 때일수록 노사가 합심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뜯어고치고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눈앞의 이익만 챙긴다면 중국발 구조조정의 한파가 우리에게 불어닥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