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단독]'카풀금지' 서명하고…대타협 생색낸 국회

본지 '카풀 금지 동의 현황' 입수

300명 중 159명 카풀 영업 반대

택시-카풀TF 참여 의원도 포함

내년 총선표 의식 택시 손 들어줘

0915A01 ‘카풀 반대 법안’찬성한 국회의원 현황



택시노조 4개 단체가 올 초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카풀 금지 법안 통과 동의서’에 국회의원 300명 중 159명(53%)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전날 합의한 ‘출퇴근시간대 카풀 서비스’ 내용이 거의 그대로 담긴 문건이다. 의원들이 겉으로는 ‘대타협기구를 통한 상생 해법 모색’을 주장하면서 뒤로는 택시 업계와 이미 손을 잡고 있었던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대타협기구에 참여했던 카카오까지 피크시간대 및 주말 카풀영업 금지라는 택시 업계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한 배경에는 이처럼 내년 총선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전국 카풀 금지 법안 통과 관련 지역별 의원 동의 현황’ 문건을 보면 택시노조로 이뤄진 ‘불법 카풀영업 척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배포한 동의서에 자유한국당 86명, 더불어민주당 42명, 민주평화당 13명 등 총 159명의 지역구 의원들이 ‘동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중에서는 정원 30명 가운데 무려 21명(70%)이 동의했다.

이들 중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박순자 한국당 의원과 민주당 택시-카풀 TF에 참여한 이훈·이규희 민주당 의원도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공존할 방법을 찾자”며 택시 업계와 카풀 업체 간 사회적 대화를 요청한 인물들이다.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범하기전부터 택시업계가 국회의원들에게 돌린 동의서는 △카풀 사업이 택시기사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임시국회 내 처리하는 데 동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7년 이찬열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인쇄본도 첨부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1항 단서조항에 적힌 ‘출퇴근 때’를 ‘출·퇴근시간대(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및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구체화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승차공유를 제외’하는 게 골자다. 지난 7일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도출한 합의안과 거의 유사하다. 택시기사 4개 단체 지역 지회 간부들은 지난 12월부터 이 문건을 들고 전국 지역구 의원실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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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된 문건을 보면 작성자는 찬성한 의원을 정당별로 빨강, 파랑, 초록색으로 표기하고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은 체크(V)표시를 하는 등 의원들을 출신 정당과 지역, 소속에 따라 자세하게 분류했다. 비례대표는 별표를 달아 따로 표기하고 지역별 찬성 현황도 비율로 정리했다. 지역별로는 울산·충남·강원·전북·제주 5곳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100% 찬성했고 광주·경남·전남·경북도 70%대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경기·대전·충북은 30%~50%대로 비교적 참여율이 낮았다.

의원들은 택시기사들을 설득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이훈 의원은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기 전이었고 택시업계가 협조한다는 전제 하에 서명한 것”이라고 했고 이규희 의원은 “택시 노동자 처우가 너무 안 좋아서 그것부터 해결한 후에 카풀 서비스를 부분 도입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박순자 의원은 “자동차사업의 모호한 규정이 택시산업 생존권의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만 동의했다”며 법안 통과까지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대타협 기구가 결론을 내기도 전에 특정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일방적인 내용의 동의서에 서명한 것은 내년 총선 표를 의식한 의원들 다수가 택시업계와 사실상 이면 합의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카풀 업계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주도한 국회가 사실상 택시업계의 요구사항을 들어준 셈이라며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카풀업체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총선을 앞뒀다지만 택시단체의 장외투쟁을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면 어떡하냐”며 “자꾸 이런 선례가 남으면 다른 이해관계자들도 대화에 진정성 있게 임하기보다 국회 압박에 전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대타협을 통해 카풀업계가 얻은 것은 사업권 말고 아무것도 없다”며 “규제 혁파를 외친 대통령의 방향성과 국회가 정반대로 가는 게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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