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글로벌 정상들의 주요 소통 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상들의 일방적인 SNS 활용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부분 정상들은 기자회견·TV 연설 등 전통적인 소통 통로를 건너뛰고 정책을 직접 홍보하는 수단으로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검증이 안된 부정확한 정보를 즉흥적으로 올리거나, SNS가 정책 발표가 아닌 정책 결정 과정을 대신 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또 정작 자신이나 정책을 비난하는 SNS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고 프레임을 씌우거나 일부 정상들은 정부를 비하하는 SNS에 대해 법적 조치는 물론 구금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까지 만들고 있어 소통 채널이라는 순기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위터 정치’에 선두주자 격으로 평가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따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진들도 트위터 외교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트위터 외교가 말만 번드르르할 뿐 실질적인 정책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가끔 트위터가 정책을 발표하는 곳이 아닌 정책을 만드는 곳처럼 보일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를 외교 도구로 사용하는 데 선구적이었던 맥폴은 “예전의 정책 결정 방식이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며 “트위터가 그것(이전의 정책 결정 과정)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신중한 검증 없이 즉흥적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이용하는 것을 본 두 명의 소식통은 NYT에 그가 “이것 봐”라고 말하며 트윗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올리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즉흥적으로 트윗을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인용하는 통계가 부정확한 경우도 많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경제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각종 통계와 수치를 과장해 인용하는가 하면, 국경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왜곡된 통계를 앞세워 위기감을 부각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는 “진실과 거짓의 게임이 아닌 정치 게임”일 뿐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SNS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SNS에서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비난 트윗은 1,238회라고 밝혔다. 칭찬 관련 트윗이 527회인 점을 감안 하면 비난 트윗이 칭찬 트윗보다 135%나 많았다. 자신에 부정적인 SNS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면서 정작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부정적인 SNS를 더 많이 올리고 있는 셈이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SNS 정치’에 주력하다 최근 역풍을 맞고 있다. 카니발 축제기간 SNS에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 좌·우파 진영을 막론하고 강한 비판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SNS를 활용해 정치권과 언론을 압박해왔던 그의 전략에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났다는 평가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에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의 머리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두 남성이 버스정류장 꼭대기에 올라가 격렬히 몸을 흔들다가 격투기 선수들이 착용하는 국부 보호대와 유사한 것을 입은 남성이 자신의 몸을 선정적으로 더듬다가 다른 남성에게 허리를 구부려 머리에 소변을 보도록 하는 장면이 담겼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런 것을 보여주는 게 나도 꺼림칙하지만,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고 우선시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줄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길거리 축제가 변해가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보우소나루 비판자들은 인종 차별과 동성애 혐오 목소리를 공공연하게 내온 그가 성 소수자(LGBT)들에게 우호적인 카니발 축제를 모욕하기 위해 그런 동영상을 올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파문이 커지자 대통령실이 “카니발 축제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탄핵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의회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 속에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SNS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8일 대선 결선투표가 끝난 직후부터 전날까지 345개의 글을 트위터에 올려 국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했다. 각료 임명은 물론 연금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등 집권 후 정책도 트위터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트위터 글 가운데 27%(91건)는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과 노동자당(PT) 등 좌파진영을 공격하는 데 집중됐다. 지지기반이 약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SNS를 이용한 여론몰이로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SNS나 인터넷 게시판 상에서 자신이나 정부를 조롱할 경우 벌금 부과는 물론 최장 15일 동안 가두는 법안을 승인해 논란을 낳고 있다.
7일 타스통신은 러시아 하원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법안에는 정부와, 국가 상징물 등에 노골적인 비하 내용을 담은 인터넷 게시물을 올릴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재범일 경우 최대 15일의 구금형에 처해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 인터넷 접속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온라인 접속 시스템인 ‘러넷’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