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호주에서 국내 의료기업이 올린 낭보가 전해졌다. 차헬스케어가 시드니와 브리즈번, 멜버른 등 주요 7개 도시에서 난임센터를 운영 중인 CFC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것. 호주 의료시장에 우리 기업이 꽂은 첫 깃발이었다. 호주에서 네 번째로 큰 난임병원인 이곳의 지분 52%를 사들이는 데 지불한 돈은 2,240만 호주달러(약 200억원)였다.
1년 뒤인 올해 초 차헬스케어는 싱가포르 메디컬기업 SMG의 경영권도 사들였다. SMG는 동남아 주요 도시에 40여개의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회사로,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다. 국내 기업이 싱가포르 상장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다. 6.86%의 지분을 27.10%까지 늘리는 데 차헬스케어가 쓴 돈은 6,000만 싱가포르달러(약 502억원)였다. 해외진출 20년을 1년 앞둔 해에 700억원에 불과한 돈으로 ‘환태평양 IVF(In-Vitro Fertilization·체외수정)’라는 글로벌 전략의 남은 기둥을 모두 세운 셈이다. 차병원그룹은 199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CC불임센터’를 시작으로 2002년 로스앤젤레스(LA) HPMC 인수, 2013년엔 일본 도쿄에 세포치료센터를 설립했다.
8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만난 김성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헬스케어 쪽)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 기업이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다”며 “헬스케어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라 해외 인수·합병(M&A)가 어렵긴 하지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화우의 인수·합병(M&A) 전담팀을 이끌고 있는 김 변호사는 차병원그룹이 CFC와 SMG를 인수할 당시 법률자문을 맡아 관련 규제와 지분거래, 인수 후 통합(PMI) 등의 장애물을 돌파해낸 주역이다.
김 변호사는 의약뿐만 아니라 바이오, 넓게는 식품까지 아우르는 헬스케어 분야가 앞으로 국내 기업의 아웃바운드 딜(Out-bound Deal)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에서 병원은 비영리인 탓에 M&A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영리법인이 허용된 외국에선 지분을 팔려고 하는 기존주주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시장과 비교해봐서 즉석식이나 건강식 식품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만큼 발전해 있는 곳이 없다”며 “(헬스케어 쪽은) 한국시장이 좁기도 하지만 비싸기도 해서 국내 기업들 2~3년 전부터 활발하게 선진시장의 기업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가 “지금이 기술력을 갖춘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 공략의 적기”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
헬스케어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갖는 강점도 크다. 김 변호사는 “국내에서 가장 똑똑한 이들이 몰리는 곳이 헬스케어 산업인 만큼 그 부분이 남다른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화우가 차병원그룹의 글로벌 메티컬 시장 진출을 도운 경험을 주춧돌로 헬스케어를 중심축으로 하는 M&A 법률자문의 역량을 키우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 새로 꾸려진 화우의 M&A 전담팀은 김 변호사를 필두로 하는 내부 변호사뿐만 아니라 사모펀드(PEF) 출신 자본시장 전문가 등까지 아우르는 조직이다. 김 변호사는 “스페셜리티를 갖춘 각 분야 변호사의 능력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수 있도록 전담팀도 새로 꾸린 것”이라며 “급변하는 시장을 꿰뚫어볼 수 있는 ‘올빼미’ 같은 키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상훈·박시진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