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무한한 자유로움과 즉흥성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입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음악의 즐거움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독일 출신의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60·사진)는 오는 19일 오후8시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클래식보다 관객과 친밀한 소통이 가능한 재즈 공연을 통해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든 희열을 맛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바스토프는 모친이 임신 중 복용한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중증선천기형으로 태어났지만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와 굳센 의지로 세계 최고의 성악가 반열에 올라섰다. 7개의 손가락과 어깨에 붙은 손, 130㎝의 키 등의 특징 때문에 ‘작은 거인’으로도 불린다. 그는 1988년 뮌헨 ARD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클래식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2년 클래식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는 재즈 가수와 연극배우, 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역 성악가로 왕성히 활동하던 2007년에도 도이체 그라모폰(DG)을 통해 재즈 앨범을 발매했을 정도로 이 장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다. 크바스토프가 내한 공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 시절 ‘영혼의 동반자’인 친형으로부터 재즈의 묘미를 배웠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재즈 위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아서 해밀턴의 ‘크라이 미 어 리버’, 존 레넌의 ‘이매진’, 조지 거슈윈의 ‘서머타임’ 등 지난 1월 소니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앨범의 수록곡들이 무대를 장식한다. “이번 앨범의 제목인 ‘Nice and easy(멋지고 편안하게)’는 제 삶의 좌우명이기도 하고 공연에서 들려드릴 음악과도 관련이 있어요. 청중들이 휴식을 취하듯 편안하게 감상하다가 어느 순간 ‘와, 멋지다’는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는 곡을 골랐습니다. 특히 ‘크라이 미 어 리버’를 듣다 보면 낮은 음역의 소리만이 갖는 편안한 매력을 알 게 될 거예요.”
크바스토프는 관객들이 ‘장애를 이겨낸 성공 스토리’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음악적 역량에만 집중해 달라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장애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고 장애인의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약물을 복용한 어머니를 원망한 적도 한 번도 없고요. 제가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그런 어머니를 깊이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크바스토프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앨범 발매와 관련한 아시아 투어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학 행사에 많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시를 비롯한 문학을 사랑하고 독자들과 함께하는 낭독회에도 자주 참석하는 편이에요. 실력 있는 소프라노인 크리스티아네 카르그와 프랑스 작가인 루이즈 드 빌모랭의 작품으로 구성된 낭독회를 할 예정인데 벌써 설레고 흥분되네요.” 사진제공=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