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소재 북한 대사관이 지난 10일 밤 ‘낙서 테러’를 당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검찰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인에 대한 신병 처리를 결정하기 하루 앞서 벌어진 일로, 낙서의 내용으로 볼 때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군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 조선’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채널뉴스아시아(CNA) 소속의 수미샤 나이두 기자는 11일 오전 트위터 개인 계정을 통해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외벽의 낙서 사진과 자유조선 로고를 함께 공개했다. 나이두가 공개한 사진에는 로고와 함께 ‘자유조선 우리는 일어난다!’‘김정은 타도 련대 혁명’ 등의 문구가 벽에 파란 색 스프레이로 적혀 있다. 나이두는 “대사관 벽의 로고는 내게 김정남의 아들과 가족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김정남의 아들 동영상을 내게 보냈던 ‘천리마민방위’와 닮았다”고 말했다. 실제 천리마민방위는 지난 1일 단체명을 ‘자유조선’으로 바꾸고, 북한 임시 정부를 선포하기도 했다.
나이두는 11일 오전 대사관 주변 분위기도 전했다. 나이두가 올린 낮 사진에는 이불로 보이는 천으로 벽 위의 낙서가 덮여 있었다. 벽 뒤로는 북한 인공기가 보였다. 이에 더해 나이두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하루 전 상황이라는 점도 언급 했다.
한편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아온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7·여)는 이날 말레이시아 검찰이 기소를 취하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이날 오전 시티를 석방했다. 시티는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31·여)과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시티는 석방 직후 기자들에게 “놀랐고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루스디 키라나 주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사도 말레이시아 정부에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