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철강 양극화 심화…커지는 시장재편 가능성

포스코, 작년 영업익 31% 급증

넘치는 자금 앞세워 투자 선순환

동국·세아제강은 수익성 급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중국발(發) 공급과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철강산업에서 포스코 착시효과가 걷히고 있다. 포스코는 계속 증가하는 영업이익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이를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반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세아제강지주 등 나머지 업체들은 수익성 감소에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며 구조조정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코는 전년보다 31.2% 상승한 3조8,094억원(별도 기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6년엔 2조6,353억원, 2017년엔 2조9,025억원이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또한 2014년 8.0%에서 지난해 12.4%로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다양한 제품군에서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높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할 수 있어 업계 불황에도 수익이 높아졌다”며 “설비 수준도 높고 운영 능력 등 노하우도 축적돼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을 늘리는 등 철강 부문 연구개발(R&D)에 사용하는 동시에 미래먹거리 사업에도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최근엔 2차 전지 소재사업을 하는 포스코켐텍에 2,190억원을 투자하고, 제철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설비에 3년 간 1조700억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미래지향적 투자를 결정했다.


다른 철강회사의 사정은 딴판이다. 업계 2위 기업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61억원으로 전년 1조3,676억원에서 25% 급감했다. 2015년 1조4,641억원을 기록한 뒤 매년 하락해 이젠 ‘영업익 1조원 클럽’ 유지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015년 9.08%였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4.9%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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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3위인 동국제강은 작년 영업이익 1,521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37% 감소한 수치다. 순손익 기준으론 2,8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영업이익률은 2.7%로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5.12%에서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1만원 짜리 제품을 팔면 포스코는 1,240원이 남지만 동국제강은 270원밖에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세아제강지주도 지난해 9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1,191억원보다 27% 감소한 수치다.

포스코와 달리 이들 회사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정부에선 중국 철강사와 차별화를 하라고 하는데, 투자도 여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어찌 손 쓸 방도가 없어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사정이 조금 낫지만 모기업인 현대차의 경영 악화까지 겹치면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납품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최근 포스코 출신 안동일 생산·기술 부문 사장을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로(용광로)를 보유하지 못해 고로 보유 회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업체는 고로 업체와 갈등마저 빚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고로 보유 기업이 열연 등 원료 가격은 올리고,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는 제품(냉연) 가격은 올리지 않거나 늦게 올리는 식으로 시장지배력을 남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로 보유기업은 가격은 철저하게 시장 상황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에선 이런 상황이 지속 되면 철강업 재편과 구조조정이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돈줄’이 고갈된 중견 업체들은 투자 부진과 제품 경쟁력 하락으로 고사하는 악순환의 덫에 걸리고, 포스코 등 일부 업체만 살아남게 될 거란 전망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진행 중인 동부제철의 상황이 절대 남의 얘기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포스코 착시효과’를 걷어내고 철강업을 살리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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