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정위·국세청도 기업 숨통 조인다

조사타깃 넓히고 오너까지 샅샅이

불법·탈세 근절 당연하지만

방향 정해놓고 기업 때리는

코드조사 함정 빠져선 안돼




검찰과 경찰에 이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총수가 직접 엮여 있는 기업들에 대한 ‘돋보기 조사’에 나서고 있다.

기업인들의 불법적인 횡령·탈세 등에 대해서는 사회정의 차원에서 조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업을 길들이거나 방향성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코드조사’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재계의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갑질 근절과 일감 몰아주기 관행 개선을 내세워 기업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일단 올해 10대 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추가 조사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대신 자산총액 2조~5조원 사이, 그간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조사의 사각지대에 있던 중견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의 ‘판’을 더 벌이지는 않지만 중견기업으로까지 타깃이 넓혀지면서 전체적으로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오뚜기·풍산·농심 등이 공정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주주 피해가 인정되는 경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권 행사까지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기업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부담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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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계 업종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첫 제재 대상이 됐던 기술유용 조사도 주요 업종 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하도급 갑질 근절’로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다. 공정위는 최근 올해 업무보고에서 자동차와 전기·전자, 화학 업종을 기술유용 조사 대상으로 콕 집어 언급했는데 사실상 삼성·현대차·LG·롯데 등 수출 대기업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힌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세청도 대기업·대재산가에 이어 중견기업 사주일가로 범위를 넓히면서 경영계에서는 본격적인 ‘기업 길들이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서울청 조사4국을 중심으로 한화테크윈(방산 비리), 현대산업개발(비자금), BYC(탈세), 한국타이어(지분 편법 승계), 현대엔지니어링(하도급 비리) 등에 대해 특수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세청은 조세 포탈 등으로 삼성(2건), SK(5건), 대한항공 등 상당수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대기업·대재산가에 조사 역량을 집중하면서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이후 총 5조2,000억원을 대기업 대재산가로부터 추징했다.

나아가 국세청은 최근 불공정 탈세 혐의가 큰 중견기업 사주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사주일가 관련인 개인 간, 특수관계 기업 간, 사주 개인과 기업 간 거래 내역 전반을 들여다본 뒤 중견기업 사주일가 37명(보유재산 1,880억원)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중견기업 사주일가는 대기업과 달리 정기 순환조사 및 기업공시에서 벗어나 있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망신주기식 수사가 기업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세청의 한국타이어 사례같이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한 뒤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 수사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세청은 현재 오너일가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충당했다는 의혹에 따라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고의성이 확인되면 검찰고발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국세청은 중견기업 사주일가에 대해서도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 공익목적에 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공정위 등 유관기관에 통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세종=한재영·황정원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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