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한국당, "국가원수모독죄는 1988년 폐지... 민주투사의 시대착오적 발언"

나경원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발언

이해찬 "국가원수모독죄로 윤리위" 반발했지만

관련 법 1988년 폐지된 점에서 역비판 공세 높여

"쥐박이", "귀태", "박근혜 암살" 등

전 정권 민주당 발언 수위 높았던 점에서

내로남불 비판도 나와

이해찬 뿔났다 “나경원 국가원수모독죄”, “일베 수준의 잡스러운 이야기” 이인영이해찬 뿔났다 “나경원 국가원수모독죄”, “일베 수준의 잡스러운 이야기” 이인영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중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데 대해 “국가원수모독죄”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가원수모독죄는 1988년 민주화 이후 폐지됐다는 점에서 반대로 “민주투사를 자처해온 이 대표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시대착오적 대통령 관에 사로잡힌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말한 국가원수모독죄란 1975년부터 형법 104조 2에 ‘국가모독죄’로 존재하다 1988년 폐지됐다. 조항의 당시 형량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다.

관련 법조항은 군사 정권 시절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정권을 비판하는 일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구체적인 법조항을 살펴보면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내국인이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등을 이용하여’ 등으로 명기돼 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를 거치며 국가모독죄는 이듬해 12월 폐지됐다. 따라서 이번에 이 대표가 거론한 ‘국가원수모독죄’는 성립 자체가 안 된다. 또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은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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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한 관계자는 “야당 원내대표의 국회 발언을 윤리위에서 다투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대통령에게 ‘귀태’라느니 ‘쥐박이’라느니 했던 것들도 모조리 처벌돼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나 원내대표가 표현한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은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당시 블룸버그 통신이 썼던 기사의 제목”이라며 “나 원내대표를 문제 삼으려면 외신 기사도 문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하는 나경원 원내대표/연합뉴스교섭단체 대표 연설하는 나경원 원내대표/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이던 2013년 12월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해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양 의원은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를 무기로 공안 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로 인해 암살당할 것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위해를 선동하는 테러”라며 양 의원의 제명안을 국회 윤리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 측은 “야당 의원의 유일한 무기인 입과 말을 막는 것은 야당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독재적인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앞선 7월에도 홍익표 민주당 당시 원내대변인이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의 구절을 인용해 ‘만주국의 귀태(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발언해 여당의 반발을 샀다. 홍 대변인은 해당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한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나 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회법 146조에 의거해 나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해당 조항은 ‘의원은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다. 다만 나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또 야당 원내대표가 정부를 비판하면서 쓴 표현에 대해서 국회 윤리위 징계가 가능한지 등은 논란으로 남을 전망이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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