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냐 시진핑이냐…눈치 보느라 바쁜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과 전통적 우방인 미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경제와 안보의 실리를 위해 중국에 접근하려 하고 있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자칫 미국과의 관계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 초청할 계획을 유보하기로 했다. 사전적 표현은 ‘유보’지만 사실상 ‘취소’ 방침을 정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일본은 작년에 그동안 경계해왔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의 정점으로 시 주석의 방문을 계획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라는 변수가 돌출하면서 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새 일왕 즉위 후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할 계획인데, 연달아 2명의 정상을 국민 초청하는 데 들 비용 등에 부담을 느껴 결국 국빈 초청 대상으로 시 주석 대신 트럼프 대통령을 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는 ‘비용’ 문제보다는 무역마찰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과 미일 간 새로운 무역협상을 앞둔 시점 에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대일 무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조만간 개시되는 새 무역 협정 협상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달라는 압박도 받고 있다.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서 일본이 배제되는 ‘재팬 패싱’도 일본으로서는 부담이다. 북일 대화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일본은 납치 문제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대우를 한다면 미국의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일본 정부가 미중 대립 상황에서 미국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오는 가을 시 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서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시 주석이 올해 6월에 이어 가을에도 일본을 국빈 방문해 줄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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