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정통한 국내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가장 큰 구조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의 고성장 시대를 끝내고 성장 둔화기로 진입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제에 더욱 긴밀하게 연계될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최대 변수로 경제의 불확실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대외개방 확대와 개혁을 통해 안팎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일 경우 자칫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고 구조조정에도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중국 경제에 한층 부담을 지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올해 미중 무역전쟁 해소에 주력하는 동시에 일자리 확보를 위한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바오류(保六·6% 이상 경제성장)’ 사수를 위한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 부양 및 소비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을 강력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이러한 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종전과 같은 제3국 수출을 노릴지, 중국 내수를 겨냥할지 분명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과 한국에 대한 조언을 위해 중국에서는 박한진 KOTRA 중국지역본부장과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이, 한국에서는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소장과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각각 자문했다.
◇경제성장률 6% 달성은 무난할 듯=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6.5%로 제시하며 사실상 6% 사수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는 어떻게든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부양을 위해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다양하고 오는 2021년 이른바 ‘샤오캉사회’ 실현과 사회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중국 경제가 이미 커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고속성장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감세 및 기업비용 절감을 통해 소비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6% 이상) 목표 성장률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도 “경제성장률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현재 중국의 현실에서 자연스럽다”며 “6%대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향방이다. 양 소장은 “올해 경제성장률 ‘6~6.5% 구간’ 설정은 결국 6.2% 속도는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을 내비친 것”이라며 “미중 무역마찰이 타결돼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되면 목표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성장률은 5%대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지연이 부메랑 될 수도=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의 정부업무보고는 과거 강조하던 공급 측 개혁 심화, 즉 구조조정보다는 ‘안정적 성장’을 우위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고성장 시절에는 주의하지 않았던 일자리정책이 올해의 최우선 당면과제로 인식된 것도 특징이다.
박 본부장은 “최근 분위기는 공급 측 개혁보다는 유효수요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성장을 이끄는 추세”라며 “한국으로서도 중국의 신유통·신성장 산업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도 “중국 경제가 지속적인 중속 성장의 탄력을 유지할지의 핵심 관건은 결국 중국 소비의 성장”이라고 전망했다.
김 지부장은 “일반적으로 개혁은 안정과 상반된 의미인데 중국에서는 개혁을 통해 안정을 찾는다는 점에서 특이하다”며 “중국이 대외개방을 확대하고 시장경제 개혁을 강화하면서 대내외를 안심시키는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기조가 자칫 구조조정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중국 경제에서 가장 걱정되는 점은 과당 경쟁에 의한 구조조정 미흡”이라며 “올해 리커창 총리의 업무보고에서도 구조조정보다 재정 확대와 투자에 더 신경 쓰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구조조정의 속도가 늦어지면 오히려 중국 경제에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리더십 손상에 대한 우려와 정치적인 이해 때문에 구조조정이 늦어지는 게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소장은 “중국 경제의 고질병인 부채와 그림자금융 확대 등은 지도부의 노력만으로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며 “이들은 올해도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중 투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 필요=중국 경제의 변화는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국은 경기 둔화기에 일정한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내수 위주의 경제로 돌아서고 있어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대응이 기업들의 대중 전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지부장은 “과거 제3국 수출을 위한 공장들은 상대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면서 “내수시장이 성장하는 대신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한 보다 면밀한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도 “중국 지도부의 환경 규제는 기업들에 리스크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중국 내 친환경 산업의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또 인공지능(AI)·빅데이터·스마트제조 등 신흥산업과 함께 환경산업·서비스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기회가 커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도 “과거 중국 경제는 투자가 동력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2위인 소비 시장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중국 소비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홍병문논설위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