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드론 전용 비행장’이 경기도 성남시에 마련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정부와 군,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나서서 이룬 쾌거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마음 편하게 드론을 하늘로 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JD.com)은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드론 배송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아 지난 1월부터 시험 비행을 시작했다.
최초의 드론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원래 군사용 무인 항공기로 개발됐지만 지금은 무선전파로 조종이 가능한 모든 무인 항공기 및 헬리콥터를 ‘드론(Drone)’으로 표현한다. 2017년 제정된 국가표준은 UAV(Unmanned Aerial Vehicle)를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원격 또는 자동으로 조종 및 통제되는 항공기로 정의하고 있다.
몇 년 전 국내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가수 김건모가 드론으로 낚시를 하고, 논밭에 물을 주는 장면이 등장했다. 당시 방송은 연일 화제가 돼 일부 매니아 층에서만 관심을 가졌던 드론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를 반증하듯 2014년 600여 명에 불과했던 드론 자격증 취득자가 지난해 1만 명을 넘어섰고 이제는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드론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개인, 레저용 드론이 이제 막 관심을 받기 시작한 단계이나 중국과 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산업 및 국방 분야에서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징둥닷컴은 드론으로 무인 배송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가 2016년 7조 2,000억원, 2022년 43조 2,000억원, 2026년 90조 3,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후발 주자인 우리도 최근 드론 산업 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드론은 사용 목적에 따라 크게 군사용, 상업용, 개인용 드론으로 구분된다. 군사용은 이미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 등 대형 글로벌 군수 업체들이 장악했고 개인용은 중국의 DJI라는 단일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74%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남은 기회는 상업용 시장에 있다. 그동안 드론 업계는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군사용이 시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각국 규제 완화 및 정부 지원 강화, 드론 기술 향상, 제품 가격 하락으로 산업용 수요가 연평균 30% 증가해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민간용(산업+개인) 드론 시장 규모가 2025년 군사용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상업용 드론에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으나 이 시장 역시 중국의 DJI가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DJI는 2006년 중국 심천에서 1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불과 10년 만에 기업가치 22조원, 직원 수 1만 2,000명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회사다. 2018년 기준 매출은 약 3조원으로 한국 드론 기업 전체 매출을 합친 것보다 100배 가까이 크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을 연구 인력으로 유지하고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덕분에 경쟁사 대비 압도적 기술 우위를 보유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윈도우 PC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키트(SDK)까지 공개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종합 드론 플랫폼 업체로 도약했다. 애플과 유사한 행보다. 애플이 자체 운영체제(iOS) 보급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 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DJI는 드론 시장에서 자사 중심 생태계를 구축해 하드웨어 뿐 아니라 향후 파생될 관련 부가가치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