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온라인과의 배송 전쟁에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가운데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면서 유통 업체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유통 업체들은 경기침체 등으로 제 살 깎기 식 ‘100원 전쟁’도 불사하고 있는 마당에 수수료 인상이 웬 말이냐며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1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통보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하고 최근 카드사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카드사들은 이마트에 이달 1일부터 수수료율을 2%대 초반으로 평균 0.14%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지난달 통보했다.
마트와 백화점은 온라인 쇼핑 확대와 경기불황으로 이미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은 가혹하다며 양보하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 양대산맥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20.9%, 79% 감소했다.
이마트는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근거가 없다면서 카드사에 수용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이마트는 카드사의 요구대로 수수료율을 인상하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역시 카드사들로부터 0.04∼0.26%포인트의 수수료율을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고 최근 인상안 수용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자금 조달 비용이 올랐다거나 마케팅 비용이 늘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수수료율 인상 시 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고객에게 혜택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이미 이달 1일부터 올린 수수료율을 대형마트에 적용하고 있어 카드사와 마트의 날 선 신경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카드사와 유통 업체 간 협상이 끝나면 수수료율 차액을 정산해 유통 업체에 돌려주게 된다. 카드 업계는 3년마다 진행하는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에 따른 수수료율 조정 결과 이번에 연 매출이 50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리게 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맹점 계약해지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소비자들의 불편이 아주 많이 커진다”면서 “가맹점 계약 해지보다는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