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rival(라이벌)' 中 견제로 돌아선 EU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 부장. /블룸버그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 부장. /블룸버그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다음 주 유럽을 방문한다. 왕이 부장은 1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해 제 9차 중국-EU 고위급전략대회에 참석한다. 이번 EU 순방길에 오르는 왕이 부장의 발걸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지난 12일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새 중국 전략 보고서에서 EU가 처음으로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economic competitor)’이자 ‘체제 경쟁의 라이벌(systemic rival)’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더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핵심이자 선도적 기술 강국”이라며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전례 없이 커지면서 EU에는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과 기회 사이의 균형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무역과 기술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보다 균형 있고 상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10대 행동 계획’을 중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중국을 경쟁자 및 체제 라이벌로 규정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중국을 국제 질서 유지와 협력의 파트너로 설정했던 기존 입장을 바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생각하는 미국과 급격히 가까워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2017년 말 국가 안보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뒤 중국을 거세게 압박해오고 있다. 여기에 경제규모 3위 EU가 합심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을 ‘서구 대 중국’의 대결 구도 심화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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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서 왕 외교부장의 이번 유럽방문은 EU의 대(對) 중국 압박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왕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의식하지 말고 ‘정책적 독립성’을 유지해 중국과 관계 맺어줄 것을 EU에 당부하기도 했다. 왕 외교부장의 EU 관련 발언은 이탈리아의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 EU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번 왕이 부장의 유럽 방문을 앞두고서도 중국 측은 ‘다자주의 촉진’을 위한 행보에 방점을 찍었다. 루캉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양측이 상호 공동 관심사,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충분하고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EU의 관계는 매우 많은 분야에서 발전과 협력을 위한 건전한 순간들을 함께 해 왔으며 풍부한 결실도 봤다”면서 “양자는 다자주의를 유지하는 데 있어 일관성 있는 입장과 공통의 열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루 대변인의 이 같은 낙관적 입장과는 달리 중국과 EU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긴장 국면에 놓여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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