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고장 난 대학 입학 시스템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궁금하다”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은 미국판 ‘스카이캐슬’ 사건이 확대되면서 미국 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특히 막대한 뇌물을 바탕으로 한 입시 부정이 정상적인 방식으로 대입을 준비하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상대적 박탈감 마저 주고 있어, 이번 입시 비리 사건의 영향은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행 미국 대입제도 자체를 뒤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이번 사건이 미국 대입제도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명문대 입시비리 사건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건 관련자와 대학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스탠퍼드 대학과 예일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을 중심으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번 부정입학 비리로 학교 평판이 떨어져 재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거나, 입시 비리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과 입시 전형료 반환 소송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입시 비리에 연루된 대학들이 공정한 입시 절차를 지키지 못한데 책임을 지고 모든 학생들에게 입시 전형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소송도 제기된 상태로, 개인적 소송이라기 보다는 집단 소송적 성격도 보이고 있다.
또 대리시험이 횡행한 것으로 드러난 SAT·ACT를 관리하는 미국 대학입시위원회(College Board)도 법적 조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과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2일 입학시험 성적과 프로필을 조작해 자녀를 명문대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킨 학부모 33명과 대학 코치 9명, 입시 브로커 등 총 5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학부모 중에는 ABC 방송의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한 TV 스타 펠리시티 허프먼과 시트콤 ‘풀하우스’에 나온 배우 로리 러플린이 포함됐다. 또 뉴욕 소재 로펌 공동대표인 고든 캐플런 변호사, LA 소재 부티크 마케팅 업체 대표인 제인 버킹엄 등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들이 최근 8년간 입시 브로커에게 건넨 뒷돈의 규모만도 무려 2,500만달러(약 2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입시비리로 자녀를 부정 입학시킨 대학은 조지타운과 스탠퍼드·웨이크포리스트·UCLA·USC·예일·텍사스대 등이다. 부정 입학한 학생들의 전공 종목은 축구와 요트·테니스·수구·배구·조정 등으로 다양하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USC와 텍사스대 등 미국의 초대형 입시 비리에 연루된 유명 대학들이 입학 기록 재검토나 뇌물을 받은 코치 등을 해고 하는 등 앞다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USC의 경우 이번 입시 비리에 연루된 지원자 6명의 입학을 거부하고, 의혹이 제기된 재학생과 졸업생의 입학 과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USC의 완다 오스틴 임시 총장은 입시 비리와 관련한 기부금이 최소 130만 달러라며 이는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대는 18년간 테니스 코치로 활동한 미셸 센터가 이번 비리에 연루되자 해고했고 스탠퍼드대도 학생 두 명을 추천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조정 코치 존 밴드모어를 해고했다.
조지타운대는 체육 특기생들의 운동 관련 자격증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스포츠 프로그램에 대한 정기적인 회계 감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국회 차원에서도 초당적으로 청문회를 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학생들의 평균 부채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입시 비리 관련 불만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미 정계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청문회를 통해 2000년부터 2016년 사이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부채 부담은 18%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의 가계 평균 소득은 12% 증가한 반면 대학 입학 비용은 8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의회 내에서는 뇌물이 통하는 고등교육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고,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입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