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미국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개발 업체에 투자를 단행하며 기술 우위 확보에 나선다. SK그룹이 최근 6개월 내에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투자금액만도 2조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포스트 반도체’ 발굴을 위한 SK그룹의 행보가 부쩍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지난해 말 미국의 배터리 개발 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287억원을 투자해 지분 13.1%를 확보했다. 솔리드에너지는 MIT 대학 연구소에서 시작해 지난 2012년 분사한 회사로 하버드대를 중퇴한 치차오후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다. 우주항공 제품 등에 사용되는 초경량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내년에는 기존 배터리 셀 대비 용량은 두 배 늘리고 크기는 반으로 줄인 배터리 제품 ‘아폴로’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성능이 두 배가량 높은 ‘리튬금속배터리’ 관련 기술 외에 리튬 금속박을 활용한 리튬이온배터리 생산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 차원에서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배터리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SK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매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2차전지 필수 부품인 ‘동박’을 제조하는 중국 업체 왓슨의 지분을 2,711억원에 전량 인수했으며 같은 달 미국 조지아주에 10억달러를 투입해 9.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헝가리에 9,452억원을 들여 제2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다음달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등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SK아이이소재(가칭)를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시키는 등 배터리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대한 지분투자와 관련해 배터리 관련 기술력 향상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실제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도 관련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보조금 등을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업체에 언젠가는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리튬금속배터리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폴리플러스배터리컴퍼니와 관련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SK그룹 전체가 배터리 기술력 고도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 영업이익의 80%가량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 또한 반도체 업황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 투자는 ‘딥체인지’ 가속화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SK그룹은 신기술 보유 업체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 이상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