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궁화 개점 40주년을 맞아 ‘미쉐린 가이드’에서 꼭 별을 따겠습니다.”
특급호텔 최초의 한식당으로 지난 1979년 롯데호텔서울 오픈과 함께 문을 연 ‘무궁화’의 오태현(사진·55) 조리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궁화만의 전통 한식을 이어나가며 음식 맛의 통일성, 고객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을 고려해 계절마다 음식을 다채롭게 개선해나가면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무궁화는 미쉐린 가이드가 국내에 상륙한 2016년 1스타 바로 아래 등급인 ‘플레이트’를 받은 뒤 3년째 이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2월 부임한 오 조리장은 약 1년 남짓한 사이 무궁화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가장 먼저 단품과 세트메뉴가 뒤섞여 있던 메뉴판을 지난해 4월부터 과감히 코스 위주로 개편했다. 무궁화가 지향하는 전통 한식을 선보이는 데 이 같은 방법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무궁화 부책임자를 맡아본 그의 자신감이 결단의 바탕이 됐다.
오 조리장은 “처음에는 단골손님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재편된 코스 요리를 맛본 뒤 만족하며 다시 무궁화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요리를 해온 그의 요리 철학은 바로 ‘약식동원(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이다. 100%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무궁화도 그의 철학을 적용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그는 셰프들이 직접 정기적으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좋은 식재료와 함께 숨은 고수들의 레시피를 찾는 ‘식재 헌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메뉴의 중요도에 따라 본인이 직접 가기도 한다. “올해 주력 메뉴 중 하나인 대관령 한우 고기를 선보이기 전에 직접 대관령 목장을 찾아가 소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어야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으니까요.”
단순히 식재료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명인들을 알음알음 소개받아 요리법을 배우고 이를 메뉴에 적용하고 있다. 무궁화의 메인 메뉴는 크게 바뀌지 않지만 그 외의 메뉴들이 계절마다 바뀌는 이유다.
오 조리장은 소통 측면도 강화했다. 조리장 내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야 더 좋은 메뉴가 탄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의 무궁화는 정통 한식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 때문에 조리장 분위기가 딱딱해 어린 연차가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며 “최근에는 연차가 낮아도 직접 레시피를 개발하고 의견을 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소통도 더욱 강화했다. 오 조리장은 “올해부터 셰프와 고객의 상호작용을 위해 음식을 만든 셰프가 음식을 제공하며 직접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올해 롯데호텔 내 전 식음 사업장이 이 같은 고객소통 강화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이 문을 연 지 40년 만에 식당 간 컬래버레이션도 진행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오는 5월 초 무궁화와 일식당 ‘모모야마’가 함께 가성비 코스 요리를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