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예산 전용을 검토 중인 가운데 주한미군 시설도 예산 전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은 1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의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21쪽 분량의 국방 분야 건설사업 목록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전용 검토 대상으로 제출된 목록에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진행될 총 129억달러(약 14조6,000억원) 규모의 사업 수백 개가 담겼다.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이 중 36억달러를 전용해 장벽 건설에 쓸 계획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번에 제출된 목록에는 작년 말 기준으로 아직 자금이 지원되지 않은 국방 건설사업이 모두 포함됐다. 예산 계획에 의해 금액이 배정됐지만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프로젝트 예산들이 해당한다.
이 목록에 한국에서는 성남의 탱고 지휘소의 지휘통제 시설과 군산 공군기지의 무인기(드론) 격납고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탱고 지휘소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군용 벙커로, 전술 핵무기 공격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존재 자체가 비밀에 부쳐져 있었으나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알려졌다.
다만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목록은 아직 검토 대상일 뿐으로, 예산 전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최종 승인한 내년도 예산안에 자신이 요구한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일부만 반영하자 지난달 멕시코 접경지역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행정부는 의회 동의 없이 총 66억달러의 예산을 전용해 장벽 건설에 쓸 수 있다.
다만 의회내에서 반발도 클 것으로 보여 실제 예산이 전용되기 까지 많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니타 로위 하원 세출위원장(민주 뉴욕)의 대변인 에반 홀랜더는 “이 리스트는 불충분하며 어떤 사업이 이미 승인받았는지만 알려준다”며 “또 다른 지연 전략으로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은 우리 군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국경과 우리나라를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