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예상보다 빠른 증시 회복은 그간 글로벌 주식시장의 급락을 가져왔던 부정적 요인들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비둘기적 스탠스로 변화했고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은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의 침체 가능성도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의 안도 랠리가 주춤해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단기 반등 폭이 예상보다 컸다는 점, 최근 유럽·중국 등에서 실물경기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긍정적인 통화정책과 미중 협상의 기대감이 이미 많은 부분 시장에 반영됐다는 점과 여전히 부진한 경기로 기업 실적 개선의 모멘텀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2019년 1·4분기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3.2%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12개월 추정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6.3배로 지난 5년 평균인 16.4배에 근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이며 이는 수급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3월 들어 코스피는 외국인이 순매도로 부진한 반면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로 소폭 상승세가 유지된다.
주가 탄력 둔화와 경기 및 기업 실적 부진으로 투자자들은 또 다른 추세 하락을 염려할 수 있다. 그러나 코스피 기준 투자지표(3월15일 기준)를 보면 12개월 전망치 기준 PER은 10.2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7배로 나타난다. 국내 주식시장은 과거 PBR 기준 0.9~1.1배, PER 기준 8~12배 수준에서 움직였다. 현 지수대는 PBR 측면에서 여전히 하방 경직성을 가진다. 그러나 수익가치 측면에서는 아직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가시화되기 어려운 시점이기에 매력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시장은 1~2월의 탄력적 상승보다는 일정 박스권을 형성하는 구간으로 판단한다.
코스피가 일정 수준의 지지력은 있으나 상방에 대한 신뢰도도 약할 경우 투자자들의 전략은 무엇일까.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섹터는 여전히 반도체며 올 1월 큰 반등을 보여줬다. 지난해 한 해를 돌이켜보면 반도체 업황의 고점 논란이 수요처의 인식을 변화시켰고 지난해 말부터 급격한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최근 들어 공급 업체들은 공급 축소를 천명하며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은 또 이에 반응하며 업황의 바닥을 논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하반기 수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나타내고 있다. 오는 4월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와 이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이 중요해졌다. 당사는 시간을 거치며 수요처들의 인식 변화와 업황의 변곡점이 2·4분기 이후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반도체 논란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큰 흐름은 대형주의 경우 업종별로 빠른 순환매가 예상되는 것이다. 한편 중소형주의 경우 외국인 수급의 급격한 이탈만 없다면 2월부터 나타난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둔화와 실적 개선 약화가 시장 상승 모멘텀을 제한하고 있다면 결국 종목별 차별화 장세에 대응하는 것이다. 역시 성장과 실적 개선이 주도 테마가 될 것이다. 먼저 정보기술(IT)이다. 메모리반도체 업황 둔화로 인한 종합반도체업체(IDM)의 실적 부진 우려가 있다. 그러나 개별 카테고리로 보면 우호적 업황이 예상되는 섹터도 눈에 띈다. 반도체 공정소재·부품 업체들의 실적 전망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비메모리 투자 확대로 관련 중소 협력업체의 아웃소싱이 확대되고 있고 갤럭시 S10의 초기 판매 호조 기대로 카메라 모듈 업체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커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폴더블 시장에서 관련 서플라인 체인 기업의 성장이 예상된다.
둘째, 경기에 상관없이 성장이 진행되는 산업이다. 시장 초기인 5세대(5G) 인프라 투자 수혜주, 2차전지 소재 및 장비 업체 등이다. 관련 기업들은 중장기 성장성을 고려해 주가 조정 시기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셋째는 기저효과가 발휘되고 전망이 긍정적인 업종이다. 대표적 업종으로 면세점을 들 수 있다. 올 2월 한국 면세점의 전체 매출은 15억5,000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1% 상승했고 중국인 인바운드는 약 51만명으로 48% 증가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가 터지기 전인 2017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월별 인바운드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인 관광 수요가 견조하게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