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정부가 기업 신용등급 하락 부추겨서야

국내 간판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위기에 몰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일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2015~2017년의 추세적 개선을 뒤로 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한층 커진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13개 주요 산업 중 10개 업종의 등급 전망에 ‘부정적’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였다.


기업 신용등급 하락은 대외 신인도는 물론 자금조달과 수출계약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주목할 것은 S&P가 한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재무정책과 주주환원정책이 신용도 하향 압력의 주된 요인이라고 콕 집어 설명한 대목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실시하는 과도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이 현금 유출을 가져와 재무구조 악화와 기업가치 훼손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진단이다. S&P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기업들이 대부분 예년보다 배당금을 크게 늘리거나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는 공통점을 가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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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진 데는 무엇보다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칼을 휘두른 정부의 책임이 크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고배당과 주주권익만 내세우고 이에 편승한 행동주의펀드까지 갖은 압력을 넣자 버틸 재간이 없다. 경영권이 불안정하다 보니 외부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정부가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무리한 경영간섭을 통해 주주 이익만 챙기다 보니 엉뚱하게 기업가치가 추락하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오죽하면 국제의결권 자문기구들이 미래 성장을 위해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S&P는 한국 기업들의 양호한 제품 경쟁력이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활동의 지원군으로 나서기는커녕 국제 신인도를 끌어내리는 행태를 일삼는다면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다. 지금은 과도한 경영간섭이 아니라 규제완화로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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