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력형 비리 근절·檢 견제수단 도입해야

공수처 설치 - 찬성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고위공직자 전문수사기관으로 부패추방에 기여

● 국민신뢰 잃은 검찰의 권한남용·비리도 방지

● 진작 설치됐다면 국정농단도 막을수 있었을것

검찰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게 맞서고 있다.

공수처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검찰개혁 차원에서 줄곧 논의됐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찰도 도입 찬성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자유한국당은 반대 입장이다.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발의해 계류 중인 5건의 공수처 법안은 검사의 범죄행위를 공수처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 역시 경무관(또는 치안감) 이상 고위직 수사를 공수처가 담당하고 고위공직자가 퇴직하더라도 2~3년까지 공수처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김학의·버닝썬’ 사건으로 공수처 설치요구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선거법과 함께 공수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문제를 놓고 한국당의 반대와 나머지 야권의 복잡한 셈법으로 입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수처 찬성 측은 고위공직자 부패를 근절하고 검사들의 초과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검찰조직과 검찰권의 운용방식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조직을 만들 게 아니라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 검찰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이 세 가지는 시대정신과 촛불정신에 부합한다. 촛불정신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새로운 수사기관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엄청난 상황을 목격했다. 불과 2년 전 정치검사들이 중심에 있었던 국정농단 사태가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대통령이나 장관·수석비서관 등이 포함된 수많은 정경유착·권력형 비리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권력형 비리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검찰은 신뢰를 잃었다. 검찰을 넘어 특별검사로 권력형 비리사건을 수사해왔으나 한계에 부딪혔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새로운 기구가 필요한 때다.

우선 반부패 전문수사기관인 공수처가 필요하다. 공수처는 부패를 수사하는 상설 전문기관이다. 현재 한국은 부패를 청산해야 할 절박한 처지에 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국정농단 사태 재판,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등은 권력형 비리사건의 정점이다. 사법농단·특혜채용·갑질횡포·재벌의 전횡 등은 이미 일상적인 차원에서 시민들을 괴롭힌다. 부패는 권한남용을 속성으로 하기 때문에 반칙과 특권, 갑질과 전횡을 낳는다.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만성적인 반칙과 특권, 갑질과 전횡을 근절할 수 없다.


우리 역사에서 공수처가 입법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때였다. 만일 그때 공수처가 설치됐더라면 국정농단 사태와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검사 우병우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특혜채용 사태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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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전문수사기관으로서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사건을 수사하고 예방함으로써 한국의 부패를 추방할 것이다. 부패는 반칙과 특권·불신으로 이어진다. 청렴은 공정과 투명·신뢰로 이어진다. 상호 불신이 심각한 현재 부패청산을 통해 우리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만들 수 있다. 부패청산은 우리 사회의 미래발전 전략 중의 하나다.

둘째, 검찰의 수사를 대신하는 공수처가 요구된다. 권력형 비리도 범죄인 이상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 아니 마땅히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반대였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정치권력의 요구대로 사건을 무마하거나 덮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것이 바로 특별검사였다. 가장 최근의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과 드루킹 특검이다. 특검은 정치권이 모두 검찰을 믿을 수 없고 검찰이 권력형 비리사건을 더 이상 수사할 의지와 능력도 없다는 것을 통감해 마련한 제도였다. 특히 드루킹 특검은 야당이 주도한 것이다. 야당조차 검찰을 믿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여야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검찰의 수사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불신의 덩어리가 됐다. 그렇다고 부패를 수사하고 처벌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가 사라질 리 없다. 이때 국가는 독립된 기관을 설치해 부패를 처벌하는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불신의 검찰 수사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잘못을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

셋째, 검사의 권한남용을 통제하는 공수처다. 검찰의 초과권력은 정치검사와 함께 부패검사를 낳았다. 정치검사는 국정농단 사태의 주연인 우병우라는 인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패검사는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벤츠검사, 스폰서 검사, 검사장으로서 처음 구속된 진경준, 대형 법조비리를 저지른 홍만표 등이 줄줄이 부패검사로 이름을 올렸다. 검사의 부패는 검사가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검사의 비리를 검사가 수사하니 수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가진 검사들은 폭주했고 정치권력의 일부가 됐으며 급기야 국정농단의 주역으로까지 등장했다.

검사들의 초과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수처는 독립기관으로서 검찰청 외부에서 검사들의 권한남용과 부패를 수사하고 기소한다. 검사가 권한을 남용해 정치를 좌우하고 나아가 국가를 타락시키는 현실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검찰권한 분산과 견제는 공수처만으로는 안 된다. 또 다른 과제는 검경 수사권조정,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권한 자체를 분산시켜 권한남용을 차단한다. 하지만 공수처만 우선 출발하더라도 검사의 권한남용은 충분히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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