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여전히 혼돈에 빠져 있는 영국에 EU가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앞서 영국 정부가 오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을 6월 말까지 3개월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EU는 영국 의회가 EU와의 합의안을 기한 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브렉시트의 향방은 29일까지 영국 의회가 내릴 결정에 달리게 됐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면 EU 정상들이 짧은 기간 연기하는 방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며칠간 EU 정상들과의 논의에 비춰보면 단기간 브렉시트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한다는 게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시한에 앞서 영국 하원에서 세 번째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가 가결되도록 압박하는 모양새다. 3차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가결되면 EU는 서면 절차를 통해 브렉시트 연기 결정을 공식 결정할 것이라고 투스크 의장은 덧붙였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부 장관도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향후 전략에 대한 신뢰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연기) 거부와 ‘노딜’의 길로 이어질 것”이라며 거들었다. 브렉시트 시점 연기가 확정되려면 영국 외 나머지 EU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이날 앞서 메이 영국 총리는 투스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6월30일까지 연기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대신 5월23~26일 차기 유럽의회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의회는 이미 두 차례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승인투표를 부결한 바 있어 단기간 브렉시트가 연기되더라도 최종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EU가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메이 총리는 21일 오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브렉시트 3개월 연기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승인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메이 총리가 오는 26~27일 브렉시트 제3 승인투표를 열고 합의안 막판 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브뤼셀을 찾아 EU 측과 브렉시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