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초선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을 두고 현 지역구 의원인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향한 ‘견제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인 김규환 의원은 오는 27일 대구 동구 방촌동에 마련한 지역사무소에서 개소식을 연다. 김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대구를 찾아) 여러 곳을 돌면서 ‘공장이 없다’ ‘공장 좀 살리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 구축과 같은 지역 경제 살리기로 민심에 접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 전 대표와의 향후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유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감이자 큰 정치하실 분으로 (저와) 비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이 부인하고 있으나 정치계 안팎에서는 한국당의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한 수’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초선 비례 대 4선이라는 ‘다윗 대 골리앗’의 가상 구도를 만드는 고도의 심리 전략이라는 것이다.
대구 동구을은 유 전 대표가 지난 2005년 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후 14년간 지켜낸 지역구다. 게다가 내년 총선까지는 1년 정도 남았다. 경선에 이은 공천 등 과정상 김 의원을 후보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대구 동구을 지역 주민 눈에는 ‘미리 보는 선거 구도’로 읽힐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협위원장 목표가 선거의 승리라는 점에서 김 의원은 우선 당원·민심 수습에 주력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19대 총선에서 당시 후보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항마로 손수조씨를 내세웠던 효과를 일찌감치 노린 전략적 한 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유 전 대표가 정치 이력에서 닮은 듯 다른 것 또한 주목할 부분으로 꼽힌다. 실제로 두 사람은 국회의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은 공히 비례대표를 통해서이지만 살아온 길은 180도 다르다. 유수호 전 의원의 2남 1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유 전 대표는 1976년 대입 예비고사 전국 3등을 할 정도의 수재였다. 유 전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1983년 미국 위스콘신대로 유학을 떠나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해서는 12년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했다. 반면 김 의원의 정규 학력은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다. 어머니 병환으로 가난에 시달린 탓에 초등학교를 중도에 포기하고 대구 방촌동 냄비공장에서 일했다. 그 이후 대우중공업에서 청소부 겸 사환으로 시작, 기능사원 보조공, 기능공, 직장(생산직 내 중간관리직 직급)을 거쳐 1992년 국가품질명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