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미세한 수술

이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교수




‘가스펠의 여왕’ 머핼리아 잭슨이 지난 1958년 불렀던 ‘그분의 눈이 참새를 살피시듯(His eye is on the sparrow)’이라는 노래는 2010년 그래미상 명예의 전당에 헌납됐다. ‘그분의 눈이 참새 한 마리도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살피시는데 사람은 참새보다 얼마나 소중한가’라는 노래 가사는 그녀의 낮고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통해 외롭고 지친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2006년 ‘빅마마’가 천상의 화음을 넣어 이 노래를 불렀는데 당시 미국에 연수 갈 비용이 없어 고민하던 내게 큰 용기를 줬다. 만약 그때 망막을 포기했더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미세한 수술을 하는 행복을 더 이상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단연코 인간의 손으로 시행하는 공인된 수술 중에서 망막수술이 가장 미세하다고 생각한다.


2017년 10월 2일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서 로봇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미세한 수술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났다. 팔에 있는 직경 300㎛, 즉 0.3㎜의 미세혈관을 봉합해 팔의 부종을 치료했다는 내용이다.

기술의 종류와 상황에 따라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망막의 내경계막제거술(internal limiting membrane peeling)은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수술 중 가장 미세할 것이다. 내경계막은 망막의 표면을 이루고 있는 2㎛(0.002㎜) 두께의 세포막을 말한다. 이것을 미세 집게로 잡아 벗길 때 손을 조금이라도 떨면 망막에 큰 손상을 줄 수 있으니 생각만 해도 무섭다. 숨을 참고 마치 잡지 않은 것처럼 잡는 기술은 예술에 가깝다. 그런데 왜 망막 표면의 세포막을 벗겨야 할까.


우리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면 망막이라는 필름이 눈 안쪽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다. 망막의 뒤쪽 중심부에는 사물의 초점이 맺혀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이 있다. 이곳에는 색을 구별하고 정밀한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원뿔 모양의 시각세포가 600만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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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노안이 시작되면 눈 속에 차 있는 투명한 풀 같은 유리체가 물로 녹기 시작한다. 망막과 붙어 있던 유리체가 물로 녹으면 부피가 줄어들어 망막과 분리된다. 이때 망막 표면에 미세한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회복시키기 위해 세포들이 모이면서 망막 표면에 비닐과 같은 막(epiretinal membrane)이 생긴다. 문제는 이 앞막이 오그라들 때 생긴다. 밑에 있는 망막에 주름이 생기고 황반에도 변형이 생겨 시력이 저하된다.

망막 앞에 붙어 있는 막, 즉 망막앞막은 예전에 ‘시력이 떨어진 것은 노안 때문이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질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망막의 단면을 조직검사 하듯이 확인할 수 있는 빛간섭단층촬영(OCT) 검사 덕에 노안과 함께 오는 시력저하의 한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치료는 망막앞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것인데 필요에 따라 재발을 줄이기 위해 내경계막을 같이 벗긴다. 망막앞막을 너무 오래 방치하면 망막의 주름은 더 심해지고 황반은 뒤틀려서 수술을 해도 시력이 잘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수술시기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고령의 망막앞막 환자분께서 이렇게 물으셨다. “난 이제 도움을 받을 가족도 없고 내 눈은 점점 약해져서 세상이 점점 안 보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눈이 잘 버틸 수 있을까요?”

나는 “이 추운 겨울에 참새도 살피시는 분께서 어르신의 눈도 잘 돌봐주실 것”이라고 안심시키며 세상에서 가장 미세한 수술에 대해 설명했다. 어쩌면 이 순간을 위해 13년 전 빅마마가 노래를 불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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