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혁신을 주도하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은 데이터 기반 산업을 통해 성장했다. 지난 1990년대 대중화되기 시작한 인터넷은 사람들을 연결해 데이터를 만들어냈고 이로부터 얻어진 정보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 2000년대 인터넷 혁명의 역사가 20여년이 지난 현시점에 되풀이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산업은 여전히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20년 전 ‘인터넷’이 신시장을 창출한 인프라였다면 ‘사물인터넷(IoT)’은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초연결성을 바탕으로 미래의 신시장 창출을 가능하게 만들 인프라다. 오는 2030년에는 IoT으로 연결되는 사물의 수가 전 세계 인구의 15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산업데이터로부터 엄청난 가치의 신시장이 싹틀 것이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IoT뿐 아니라 데이터의 전송을 위한 5세대 이동통신(5G)과 이를 분석하기 위한 인공지능(AI)·사이버물리시스템 등과 같은 핵심기술이 필요하며 스마트시티·스마트공장·스마트병원·스마트팩토리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융복합 신시장 창출이 가능하다.
이 중 스마트팩토리를 자세히 보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플랫폼 개발과 이 플랫폼에 탑재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발된 플랫폼은 시장에서 별 성과를 못 내고 있고 실력이 아직 미미해 글로벌 시장에서 제너럴일렉트릭(GE)·지멘스·하니웰 등의 플랫폼에 밀리는 추세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외국산 솔루션의 아성을 뛰어넘으려면 혁신적 마인드·창의성·무한도전이 필요하고 좀 더 시간 축적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사들이 보여준 약진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년간의 연구로 개발된 설비 건전성 진단 및 예측 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의 메카인 독일에 진출한 원프레딕트, 중국 시장을 뚫은 비전 검사 기업 수아랩, 네팔지진 복구 현장에서 드론으로 3D맵 제작 기술을 인정받은 엔젤스윙 등이 그 예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산업데이터는 대기업은 물론 국내 솔루션 개발사들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정부의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스마트팩토리 모델·데모공장 구축, 벤처기업 기술 탈취 예방제도,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의 제도는 갈증을 일시적으로만 완화할 뿐이다. 산업 공공데이터 개방과 풀 형성, 핵심기술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공용 스마트팩토리 단지 구축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주도하는 변화가 놀랍다. 엄청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은 신용카드 시대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 결제로, 택시 산업을 뒤로 하고 공유택시로, 산업설비 스스로 건전성과 안전을 예측하는 인텔리전트 산업 설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록 구조조정의 내홍을 겪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단단해지고 강해질 것이다. 발 빠른 중국의 변화는 2030년, 2050년에 엄청난 미래를 그들에게 가져다줄 것이다.
‘산업데이터’는 우리 미래에 ‘쌀’과 같이 귀중한 존재이다. 쌀 없이 살 수 없듯이 산업데이터 없이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과거 쇄국 정책이 가져온 암울한 시대를 다시 겪지 않고 대한민국이 보여준 찬란한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려면 과감히 옛 카르텔을 벗어 던지고 혁신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DNA는 아주 강하지만 때로는 정부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관성이 부족하다. 시대적 갈림길에서 무엇이 국익과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 빨리 판단하고 실행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