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서 설명 드리고 재판부 판단을 구하겠습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5일 오전 10시15분께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김 전 장관은 ‘어떤 점을 주로 소명할 예정인가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서 설명 드리고 재판부 판단을 구하겠습니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산하기관 임원사퇴 동향만 보고받고 지시는 안 했다는 입장 그대로인지’, ‘이번 인사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지시받은 게 있는지’ 등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10시30분부터 열릴 예정이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에 따른 인사 개입인지 정당한 인사권 행사인지를 두고 검찰과 김 전 장관 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 전 장관은 검찰의 비공개 소환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는 현 정부 장관 중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또 수사에 탄력을 받은 검찰의 칼끝이 현 정부 청와대를 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가 지난 22일 오후 김 전 장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이뤄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선발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김 전수사관은 지난해 11월14일 비위 의혹을 받고 청와대 특감반에서 검찰로 복귀 조치된 뒤 “청와대 윗선에서 민간인 사찰 지시가 있었다”며 청와대를 상대로 폭로전을 펴왔다. 자유한국당도 지난해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 같은 폭로와 고발이 이어지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지난 1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장관 보고용 폴더’를 발견했다. 폴더에는 한국환경공단 임원들의 개인 비위·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이 담긴 문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환경공단 임원의 사퇴 여부를 다룬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인사수석실을 중심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교체에 부당하게 관여했는지를 본격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김 전 장관의 영장이 기각되면 수개월간 진행돼온 검찰 수사에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