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검찰이 집행한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휴대저장매체(USB)의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부 심리로 진행된 속행 공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USB는 증거능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차장이 내세운 첫번째 근거는, 검찰이 USB를 확보한 공간이 1차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수색 검증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1차 압수수색 영장에서 허가한 수색 검증 장소는 공용업무공간인 복도에 설치돼있던 목재 캐비넷에 한정된다”며 “개인 전용업무공간과 그 곳에 설치돼 있던 업무용 PC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려면 별도의 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차 압수수색 영장만으로는 임 전 차장의 개인 공간을 압수수색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어 임 전 차장은 “이같은 검찰의 압수수색은 영장주의 위반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의 하자이고, 치유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리를 알면서도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항의하거나 이의제기 하지 않은 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고 임 전 차장은 덧붙였다. 1차 압수수색 영장에 자신의 업무공간도 당연히 수색검증 장소로 포함돼있다고 생각했다는 주장이다. 임 전 차장은 “USB를 순순히 제출하고 이의제기 하지 않았다고 해서 묵시적 동의의 표시로 해석해선 안된다”며 “이른바 착오에 의한 행위로서 무효에 해당하므로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귀결되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확보한 USB 등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그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아울러 사건이 불거진 이후 텔레그램 등을 이용한 것은 증거를 숨기거나 인멸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텔레그램 등 보안성 높은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은 본격적인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 혹여나 나와 통화한 상대방에게 사후 수사 과정 시 부담을 줄까 우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