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다주택자의 숨통을 틔워주자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공시가 올라 세금 증가 뻔한데

규제에 막혀 집 팔기도 힘들어

양도세 중과 등 한시 완화 필요




최근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됐다. 앞서 발표된 단독주택·토지와 마찬가지로 예년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보유세가 크게 인상되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가구도 늘어나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의 세금 인상폭은 더욱 심할 것이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공정가액 비율이 인상되고 현실화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세금폭탄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1,339만가구(아파트 1,073만가구, 연립ㆍ다세대 266만가구)의 공시가격으로 전국 평균 상승률은 지난해(5.02%)보다 0.3% 포인트 정도 인상된 5.32%였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단독주택이나 토지보다 높은 점을 감안해 지난해 수준인 68.1%를 유지했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14.17%로 가장 높았고 광주·대구 등 3개 시도는 전국 평균보다 높게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 탓에 지난해 용산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여기에 정비사업과 각종 개발사업의 영향으로 전역이 단기 급등하면서 공시가도 대폭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경기도를 비롯해 대전·세종·전남 등 4개 시도는 전국 평균보다 오름폭이 작았고 울산·경남·충북·경북·부산 등 10개 시도는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은 세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공시가격 상향 조정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지역 주택 중 종합부동산세 대상 가구가 지난해 대비 약 50% 넘게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14만가구 정도였는데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가격이 확정될 경우 21만9,000가구가 올해 말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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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인상되는 공시가격만 봐도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이 뻔하다. 하지만 규제지역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함께 1주택자도 대출이 쉽지 않아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니 주택을 팔고 싶어도 매도하기 어렵다. 다주택자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돈 많은 사람이나 부자들은 걱정이 없겠지만 소득이 낮거나 퇴직자 같은 무소득자는 걱정이 태산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가 잠시라도 세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나 무소득자들이 주택을 팔 수 있도록 한시적 규제 완화를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를 들면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낮춰주면서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대출규제를 완화해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집 없는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만들 수 있고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아 몸집을 줄일 수 있어 좋으며, 무소득자들도 몸집을 줄여 이사할 수 있어 걱정을 덜고 더 나아가 부동산시장 거래절벽에도 숨통이 트이면서 지역 경제가 좋아지지 않을까.

어쩌면 다주택자는 이번 기회에 주택을 매도하려고 집값을 몇억원씩 싸게 내놓을 수도 있다. 이렇게 가격을 낮춰 집을 매도하게 되면 집값도 안정될 수 있다. 무작정 규제한다고 해서 부동산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화되지는 않는다. 정부 의도처럼 국민들은 집값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내려가야 하고 투기꾼을 모두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규제의 강도만 높이면 시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은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뿐만 아니라 규제가 완화되면 또다시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시장을 달래가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좀 더 하락하고 시장이 정책에 굴복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기회는 많이 오지 않는다. 정부는 시의적절하게 현실을 감안한 부동산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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